‘운명의 8회’ 기적의 홈런…국민타자 우뚝

입력 2015-05-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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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홈런은 ‘8회의 기적’을 낳았다. 이승엽은 2008년 8월 22일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일본전 8회말 1사 1루서 2-2의 균형을 깨는 결승 2점홈런을 날려 한국에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쿠바와의 결승에서도 선제 홈런을 터트리며 금메달에 앞장섰다. 사진|공동취재단

■ 잊을 수 없는 이승엽의 홈런들

2006년 WBC·2008년 베이징올림픽
8회만 되면 역전홈런 ‘국민 해결사’로
2003년 단일시즌 亞 신기록 ‘56홈런’
아내 이송정씨 “오빠 밀어쳐” 유행어도


삼성 이승엽(39)은 기록으로 불멸인 홈런타자다. 아울러 기억으로 영원할 홈런을 많이 쳤다. 홈런들이 쌓여서 대기록에 도달하는 것이고, 저마다의 홈런에 나름의 이야기가 담겨 있겠지만 이승엽이 진정한 홈런타자로 추앙 받는 것은 사람들이 원할 때 홈런을 쳐주는 데 있었다.


● 운명의 8회, ‘라이언킹 타임’

KBO 기록에 집계되진 않았으나 이승엽이 ‘국민타자’로 인정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국제대회에서의 해결사 능력이었다. 홈런은 아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의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8회 결정적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한국야구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선사했다. 이어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아시아예선) 일본전에서 8회 한방을 터뜨렸다. 1-2로 뒤진 8회 2사 1루서 나온 역전 홈런이라 더욱 짜릿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4강전에선 ‘호시노 재팬’을 침몰시키는 역전 2점홈런을 8회 쏘아 올렸다. 이승엽은 쿠바와의 결승에서도 선제 홈런을 날렸고, 한국은 올림픽 야구 최후의 금메달 국가로 남아 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승리로 이끈 뒤 인터뷰에서 이승엽이 흘린 눈물은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극도의 타격부진 속에서도 끝까지 신뢰를 보내준 대표팀 김경문 감독(현 NC 감독)을 명장의 반열로 올려놓은 한방이었다.


● 이승엽의 홈런은 곧 KBO의 역사였다!

이승엽은 1997년을 시작으로 1999년, 2001∼2003년 등 5차례에 걸쳐 KBO리그 홈런킹이었다. 1999년 54홈런, 2002년 47홈런을 치더니 2003년에는 당시 단일시즌 아시아신기록인 56홈런을 기록했다. 이승엽의 신기록이 임박하자 홈런볼을 노린 관중이 야구장 외야부터 들어차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외야에 잠자리채가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신문, TV 등의 매체는 스포츠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주요 뉴스로 이승엽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심지어 이승엽의 부인 이송정 씨의 “오빠 밀어 쳐”가 유행어로 떠올랐다. 이승엽은 정규시즌 최종전인 10월 2일 대구 롯데전에서 이정민을 상대로 대망의 56호 홈런을 작렬했다. 흥미롭게도 이승엽이 그해 기록했던 홈런 중에서 가장 비거리가 짧았다.

이밖에 이승엽은 100호, 200호, 300호, 350호 홈런을 최연소로 달성했고, 일본생활 8년(159홈런)을 청산하고 삼성에 복귀한 2012년에는 한·일 통산 500홈런도 정복했다. 그럼에도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 때는 늘 요란한 세리머니 없이 빨리 달렸다. 투수를 배려하는 겸손한 인성까지 홈런왕다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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