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이겨야하는 현실과 싸우는 인간 김용희의 시스템 철학

입력 2015-06-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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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SK 김용희(사진) 감독은 유격수 김성현을 부를 때, 꼭 뒤에서 부른다. 누군가가 등 뒤에서 자기를 부르면 목을 돌려 보든지, 몸 전체를 돌리든지 둘 중 하나다. 전자라면 김성현은 주전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날이다. 무리하면 목에 통증이 생기는 김성현의 특성을 잘 아는 김 감독만의 감별법이다. 여기에는 선수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며 몸 상태를 체크하는 배려심이 담겨 있다. ‘인간 김용희’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배려’다. 김 감독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한다. 야구에 대해 설명할 때도 재미는 없더라도 성의를 다해 과장 없이 이야기하려고 애쓴다. 이러니 김 감독에 대해 험담하는 사람이 없다. 인간의 자발적 폴로우십을 끌어내는 감화력에서 리더 김용희의 특별함이 있다.

#이런 김 감독을 발탁한 것은 SK로선 리스크를 줄이는 필연적 선택이었다. 게다가 김 감독은 SK 2군 감독과 육성총괄을 지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이점도 있었다. 걸리는 점은 1군 사령탑 복귀까지 15년이 걸린 데 따른 실전감각이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의 공과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 다만 불만족스러운 목소리가 들리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 김 감독도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언젠가 그는 이런 시선에 아쉬움을 고백했다. “15년 만에 돌아온 현장이다. 내가 얼마나 이기고 싶어 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실제 김 감독의 SK 팀 운용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바뀌고 있다. 불펜 에이스 정우람은 경기 중후반 팀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 마운드에 오른다. 불펜 에이스는 9회에 등판한다는 고정 틀을 깨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통계분석가 빌 제임스가 보스턴에 제안했던 불펜운용 모델을 현실에 적용하는 셈이다. 불펜진의 연투도 앞으로는 늘어날 전망이다. 2일 수원 kt전에선 에이스 김광현이 5회, 2아웃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는데도 바꿨다.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가장 두통거리인 타선도 ‘기본으로 돌아가서 점수를 올리는 데 보탬이 되는 타격 마인드’를 갖도록 주입하고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SK 타자들의 커리어는 김 감독이 넘어야 할 보이지 않는 벽이었는데, 정공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부상이 있다지만 출장을 강행할 수도 있었던 간판타자 최정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도 김 감독의 결단이었다. ‘컨디션을 떠나 그런 스윙으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최정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에게 전달한 것이다. 김 감독의 시스템 철학은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절실한 가치다. 그러나 세계적 축구 감독 조세 무리뉴(첼시)의 말처럼 “단기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오늘의 승리와 내일의 시스템 사이에서 감독 김용희는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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