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 경기장서 대놓고 불법 베팅…‘문제의식 상실’도 심각

입력 2015-06-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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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스포츠도박’ 의식 변화 시급

‘단순 참여·소액도 강력 처벌’ 뒤따라야
스포츠 선수들 ‘검은 유혹’ 대응 교육도

불법 스포츠 도박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공식 스포츠 베팅사업인 체육진흥투표권이 발행되고 있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경찰이 최근 적발한 불법 스포츠 도박업체의 경우 판돈만 4200억원에 달했고, 기업화에 성공했을 정도로 거대한 조직 형태를 갖췄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 스포츠 도박을 억제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불법 스포츠 도박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인식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2014∼2015시즌 남자프로농구 경기가 벌어진 한 경기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경기 하프타임에 일반인으로 보이는 3명은 3쿼터 경기 진행 상황을 예측하면서 휴대폰으로 실시간 베팅을 했다. 이들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운영하는, 매 쿼터 승부를 예측하는 게임에 참여한 듯했다. 공개된 장소였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에 참여한다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았고, 베팅에 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주고받았다. 이들은 실제로 베팅까지 한 뒤 관중석으로 사라졌다.

이들뿐이 아니다. 조직적으로 불법 스포츠 베팅에 참여하는 일반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부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한 뒤 단체로 불법 스포츠 베팅에 참여하도록 유인하고, 베팅과 관련한 조언을 해주는 세력도 있다.

이처럼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풍토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소액이라도 불법 스포츠 도박에 참여한 사람은 처벌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캠페인 등 각종 사회적 홍보수단을 통해 일깨워줘야 한다. 또 단순 참여자라도 강력한 처벌과 함께 재발 방지 교육을 받도록 관련 법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져야 불법 스포츠 도박시장의 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고, 나아가 불법 스포츠 도박을 근절할 수 있다.

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들과 관계자들도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뿐 아니라 e스포츠에서도 2011년부터 연이어 승부조작이 적발됐다. 그 뒤로도 승부조작을 시도하려는 세력이 접근했던 것으로 밝혀진 종목도 있었고, 일부 종목에선 선수 출신이 옛 동료를 협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불법 스포츠 도박의 검은 손길이 뻗치고 있다는 얘기다.

각 경기단체는 매년 해당 종목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불법 스포츠 도박의 폐해와 방지책 등을 교육하고 있다.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의 의식 변화다. ‘난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나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지니고 교육에 임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그 같은 일에 연관됐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숙지해야 한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하거나 승부조작에 연루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반드시 자각해야 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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