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덫에 걸린 스타들, ‘영원한 미아’로 전락

입력 2015-06-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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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근-강동희-최성국(왼쪽부터)은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국민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겼을 뿐더러 스스로도 많은 것을 잃고 말았다. 사진|스포츠동아DB·동아닷컴DB

3. 불법스포츠도박 스타들 그 이후

‘불법 스포츠 도박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실제로 그렇다. 불법 스포츠 도박, 그리고 그 불법을 거드는 승부조작은 모두를 황폐화하고 삶의 터전을 잃게 한다. 생활의 영역에서 쫓겨나고, 어렵게 생활하다 겨우 돌아오기도 하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의 낙인이 찍혀 늘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해당 스포츠 종목의 존립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그 사례들은 이미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법도박 이수근,억대 피소에 병까지 얻어
생활고 시달리다 1년6개월만에 복귀 모색

승부조작 최성국 영구제명…해외행도 막혀
불법도박 낙인 후 음주운전 씁쓸한 모습만

스타 감독 강동희는 징역 10월에 영구제명
2011년 승부조작 축구선수 정종관 자살도


● 이수근, 지인 권유로 별 뜻 없이 했다가 엄청난 ‘형벌’

개그맨 이수근은 2013년 11월,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009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사설 온라인 도박사이트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경기의 승부를 맞추는 일명 ‘맞대기’ 도박을 했다는 혐의였다. 여러 측근들에 따르면 당시 이수근은 축구동호회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참가를 권유받았다.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에 별 의심 없이 얼마의 돈을 걸었다. 또 ‘돈거래를 위해 통장이 필요하다’는 동호회 후배들의 간곡한 요청에 자신의 명의도 쓰게 했다. 평소 누구의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대가는 너무나 컸다. 자신의 불법 스포츠 도박 가담이 세상에 알려졌고, 당시 출연하던 모든 TV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생업인 ‘연예활동’이 중단되면서 경제적 어려움도 겪었다. 2억5000만원을 받고 광고모델이 됐던 한 자동차용품업체로부터는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당했다.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7억원을 배상했지만, 이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그로서는 엄청난 액수였다. 설상가상으로 통풍에 걸려 지독한 병고도 치러야 했다.

이수근은 5월16일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에 특별출연하며 연예계 복귀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5월 말 녹화를 시작한 또 다른 케이블채널 KBSN 예능프로그램 ‘죽방의 전설’(가제)에 출연하며 정식 복귀를 알렸다. 그러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 최성국, 승부조작으로 축구계 ‘영원한 미아’ 전락

축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최성국은 광주 상무에서 뛰던 2010년 6월 컵대회 두 경기의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당시 팀 동료 김동현과 함께 다른 선수를 섭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2년 2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성국은 이미 2011년 10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영구제명 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국내에서 뛸 수 없게 된 최성국은 마케도니아리그 진출을 추진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5년간 선수자격 박탈’이라는 징계를 받았고, 어디에서도 뛸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했다.

이후 알려진 그의 행적은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2013년 12월, 서울 신림동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적발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4년 8월엔 야구 유니폼을 입고 한 사회인야구팀 투수로 활약하는 최성국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과거 그를 응원했던 이들에게 반가움보다 씁쓸함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 영구제명에 영원한 낙인…, 종목의 존폐위기까지 초래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수십년 동안 몸담았던 영역에서 추방되는 사례는, 안타깝게도, 어느 프로 스포츠 종목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2013년 불법 스포츠 도박 브로커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해 징역 10월,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받은 강동희 전 프로농구 원주 동부 감독은 한국프로농구연맹(KBL)으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했다. 선수 시절 큰 인기를 누리던 그의 승부조작 가담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2012년 2월 프로배구 KEPCO45(현 한국전력)의 일부 선수가 충남 천안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원정경기에서 팀이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하도록 조작하는 등 전·현직 프로배구선수들도 수렁에 빠졌다. 16명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져 11명의 선수가 영구 제명됐다. 같은 시기 프로야구 LG트윈스의 박현준과 김성현이 첫 이닝 볼넷을 기록하는 수법으로 회당 수백만원씩을 챙기는 등 혐의로 나란히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들 역시 영구제명됐다.

연예인들도 불법 스포츠 도박이라는 ‘전과’가 남아 비슷한 새로운 사건이 나올 때마다 두고두고 ‘과거 사례’로 회자되는 ‘형벌’을 겪어야 한다.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다. 2013년 11월 방송인 탁재훈, 김용만, 붐, 개그맨 양세형, 공기탁, 가수 토니안, 앤디(신화) 등이 상습적으로 맞대기 도박이나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해 온 사실이 적발돼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을 받았다.

대부분은 연예계로 복귀했지만, 과거와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용만과 탁재훈은 여전히 자숙 중이다. 생업인 연예활동을 하지 못해 겪는 경제적 어려움 역시 크나큰 고통이다.

때로는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해 극단적인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2011년 5월 프로축구 챌린저스리그(K3리그) 서울 유나이티드 정종관(당시 30세)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일이 부끄럽다”며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이수철 전 상주 상무 축구단 감독(당시 45세) 역시 자택에서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감독은 당시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 부모를 협박해 두 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에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e스포츠는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아예 그 존폐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0년 5월 마재윤, 원종서, 진영수 등 11명의 전현직 프로게이머가 가담한 승부조작 사건 때문이다. 특히 2006 MSL 3회 스타리그 1회 우승 등으로 연간 수억원을 벌었던 마재윤의 연루 소식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e스포츠협회는 관련 선수들을 영구제명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신뢰 하락으로 인한 인기 저하, 공군 에이스 프로게임단 해체 등 엄청난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지금도 e스포츠업계는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게임 승부조작이 근절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5월까지 신고된 게임 관련 불법 베팅 사이트가 1000여개에 달한다.


● ‘각본에 의한 드라마’는 국민에 대한 폭력

강동희 감독에 이어 KGC인삼공사 전창진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한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으면서 프로농구에 대한 대중적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KBL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수사기관에 전 감독에 관한 자료를 넘기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프로농구 팬들 사이에서 냉소의 시선이 확대되고 있다.

스포츠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래서 스포츠는 감동이고, 그 감동으로 인해 스포츠는 국민적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최근 일부의 불법과 부정행위로 인해 ‘각본에 의한 드라마’로 비치고 있다. 이는 최선을 다해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다수의 선량한 동료들에겐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팬들이 느껴야 할 환희와 감동을 앗아가는 가혹한 폭력이다. 스포츠 현장에서 불법과 부정행위를 추방해야 하는 이유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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