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들의 ‘연애조작단’, “달달하고 신기하네?”

입력 2015-06-07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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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공|네오프러덕션

마술사 6개팀의 ‘연애조작단’, “달달하고 신기하네?”

대학로에서 마술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고마운 공연이다. 이름하여 ‘연애조작단’.

젊은 마술사 6팀이 돌아가며 매일 색다른 ‘연애 조작법’을 귀띔해준다. 원맨 토크쇼 같기도 하고, 마술을 곁들인 뮤지컬이나 연극 같기도 하다.

기자가 공연장을 찾은 날에는 마술사 김유정국이 무대에 섰다. MBC ‘일밤 매직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 MBC ‘놀러와’ 등 방송을 통해 친숙한 인물이다.

김유정국은 커다란 주사위를 들고 나와 다섯 개가 세 개로, 두 개로, 다시 다섯 개로 변하는 간단한 마술로 관객의 긴장을 녹이더니 이내 본격적인 연애담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마술에는 보조 도우미가 필요한 법. 무대에는 남녀 도우미가 있었지만 진짜 도우미는 관객이었다. 김유정국은 시시때때로 관객을 무대에 올려 아기자기하고 신기한 마술로 객석을 즐겁게 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마술도 살짝 비틀면 완전히 새로운 마술로 재탄생한다. 재미를 위해 일부러 만든 ‘구멍’도 등장한다. 흔한 카드 맞추기 마술이지만 김유정국은 두 장의 카드를 실패한다. 하지만 마술을 시전하기 전 관객에게 맡겨 두었던 ‘보험봉투’를 꺼내 보니 실패한 두 장의 카드가 나오는 식이다. 진짜 보험신청서 사이에 카드를 감추어 놓은 아이디어가 참 신선했다.

이날 마술의 하이라이트는 A부터 Z까지 칠판에 써 놓고 관객들이 채워 넣은 26개의 단어를 기억했다가 보지 않고 맞추는 마술. 김유정국은 땀을 뻘뻘 흘리며(혹은 흘리는 연기를 하며) 24개의 단어를 맞췄다.

‘연애조작단’은 앞서 말했듯 마술사 6팀이 돌아가며 무대를 맡는다. 마술사들의 마술 레퍼토리가 동일할 리 없으니 매일 다른 공연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이날 본 김유정국의 공연 외에도 한국 최초의 멘탈리스트로 알려진 Roy, 매직브라더스(최신혁, 박민호), Nicky Yang, 김민형, 최형배가 매일 자신만의 ‘연애조작법’을 들려준다. 달달하고 짜릿하면서도 시종일관 신기해 눈을 뗄 수 없다.

6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브로드웨이아트홀 2관에서 공연한다. 공연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솔로 탈출, 연애상담이 시급한 사람이라면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그나저나 공연이 끝난 후 김유정국에게 “알파벳 단어 마술이 대단하더라. 뒤쪽이 보이는 거울이라도 숨겨두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유정국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어휴, 그거 진짜 한 번 듣고 외우는 거예요. 이따 저녁 공연 또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랬다. 역시 마술은 모르는 게 약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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