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13년 전 그들도 나처럼 갓 스물 넘은 남자였죠”

입력 2015-06-09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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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의 주인공 이현우. 시나리오를 읽고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주인공들에 눈길이 갔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 영화 ‘연평해전’서 박동혁 상병 역 맡은 이현우


2002년 당시 초등학생…내겐 낯선 사건
20대 초반 남자들이 그렇듯 밝게 그렸죠

진구 형 김무열 형과 촬영 끝나면 술자리
나도 이젠 브로맨스 대신 로맨스 원해요


연기자 이현우(22)의 기억에 2002년 6월의 상황은 또렷하게 남아 있지 않다. 나라가 온통 2002 한일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있던 때를, 초등학교 3학년생이던 그는 “한밤중에 큰 함성 소리가 들리는 정도”로만 떠올릴 뿐이다.

그해 6월29일, 서해에서 일어난 남북한 교전인 연평해전 역시 이현우에게는 낯선 사건이다.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제작 로제타시네마)의 출연 제안을 받고 실제 사건에 주목하기보다 시나리오가 담고 있는 이야기 자체에 마음을 빼앗긴 점도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부끄럽지만 스무 살이 넘어서도 연평해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눈길이 쏠린 건 죽음 앞에서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았다. 교전 당시 전사한 여섯 병사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현우는 이야기의 중심인 의무장 박동혁 상병을 연기했다.(사진) 청각장애인 어머니를 극진히 챙기는 살가운 아들이고, 군대에선 선임들의 신뢰를 독차지하는 후임병이다.

“박동혁 상병과 나는 비슷한 나이다. 20대 초반 남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밝게 그리고 싶었다.”

영화 ‘연평해전’의 한 장면. 사진제공|로제타시네마


실제 해군 함정 등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촬영장은 그 자체로 격전장이었다. 20여명의 남자배우들이 한 데 모여 촬영하고 밥 먹고, 잠을 자는 일과의 연속이었다. 그 현장에서 이현우는 자신보다 열 살 이상 많은 ‘두 형님’과 함께 했다. 진구(35)와 김무열(33)이다.

“진구 형은 표현이 좀 센 편이지만 정이 많다. (김)무열 형은 말수는 적지만 표현이 달달하다. 하하! 촬영 끝나면 형들은 술자리를 마련했고 우리는 밤늦도록 대화를 했다.”

초등학생 때 연기를 시작해 여전히 술과 어우러지는 촬영 뒤풀이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이현우로서는 진구, 김무열과 어울리는 일은 그래도 낯설었다. “지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숙소로 돌아가 잠을 자기 바빴다. 이제 돌아보면 당시 자신의 행동이 “아찔하고 아쉽다”는 그는 “형들에게 큰 잘못을 한 것 같다”면서 아쉬운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사실 이현우는 유독 ‘형 복’이 많다. 스크린에서 처음 존재감을 드러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김수현과 함께했다. 지난해 말 김우빈과 출연한 ‘기술자들’에서도 상황이 비슷했다. 이번엔 두 명의 형과 만났다. “브로맨스는 그만하고 싶다”는 말에도 수긍이 간다.

“브로맨스 대신 로맨스를 원한다. 하하! 형들과 이제 이별해도 되지 않나. 노래 트레이닝을 열심히 받았다. 내 나이와 어울리는 로맨스에, 음악을 곁들인 영화라면 바랄 게 없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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