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1986년 이만수 ‘거포형 리드오프’ 첫 케이스

입력 2015-06-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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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스포츠동아DB

9월2일 1번타자로 나와 통산 100호 홈런 쳐
양준혁은 김성근·김응룡 휘하 여러번 등장


KIA 나지완은 2008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주로 중심타자를 맡아왔다. 단 한 번도 리드오프로 기용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10일 광주 넥센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팀인 넥센조차 어리둥절했던 파격적 기용이었다. KIA 김기태 감독은 “나지완의 통산 출루율이 좋은 편이고, (원래 1번을 맡아야 할) 신종길의 몸이 좋지 않아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에 대해 “올해 나지완의 타격감이 좋지 않으니까 주자 없는 상황에서 부담 없이 편하게 쳐보라는 김기태 감독의 배려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지완은 실제로 2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지만, 3번째 타석 1사 2루 상황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교체 아웃됐다. 이날 성적은 3타수 1안타 1득점.

거포형 타자의 1번타자 기용은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출루율이 높은 중심타자를 보고 “저 선수를 차라리 1번에 넣고 싶다”고 푸념하는 감독은 종종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는 감독은 많지 않았다. 다만 중장거리형 타자였던 삼성 양준혁이 김성근 감독과 김응룡 감독 휘하에서 리드오프를 여러 차례 맡은 경험이 있다.

이번 사례와 성격은 다르지만 전형적인 홈런타자였던 이만수 전 SK 감독도 현역 시절 삼성 유니폼을 입고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을 남겼다. 삼성 이만수와 해태 김봉연이 홈런왕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자존심 대결을 벌이던 1986년의 일이다. 당시 이만수와 김봉연은 누가 먼저 통산 100홈런을 달성하느냐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했다. 부상으로 르망 자동차까지 걸려 있었다. 결국 이만수가 이겼다. 9월 2일 빙그레와의 대구 홈경기에 1번타자로 나선 뒤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천창호의 초구를 받아쳐 시원한 통산 100호 아치를 그렸다. 이만수는 다음 타석에서 또 다시 홈런을 치면서 1번타자로 연타석 홈런까지 터뜨렸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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