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완성된 영화 보니 아버지의 모습이 엿보였다”

입력 2015-06-15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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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비수사’의 배우 유해진. 스포츠동아DB

영화 ‘극비수사’의 주인공 김윤석·유해진을 만나다

김윤석(47)과 유해진(45)은 그 이름만으로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화제를 뿌리고, 대부분 흥행에도 성공한다. 그 신뢰의 배경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실력’에서 나온다. 18일 개봉하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제작 제이콘컴퍼니)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여아 유괴사건을 그린다. 김윤석은 신념 강한 형사 공길용, 유해진은 법대 출신의 도사 김중산 역을 각각 맡았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존 인물들이다.


■ ‘법대 출신 도사 김중산’ 유해진


유괴사건 실마리 제공하는 도사이자 가장
어렵고 가난하지만 소신 지키는 배역 매력

유해진은 지난해 ‘극비수사’를 촬영하던 도중 거의 매일 부산 금련산에 올랐다.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유해진과 ‘산’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가 오랫동안 서울 구기동에 살고 있는 이유 역시 ‘산’에 있다. 지척인 북한산에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어서다.

영화와 여행 그리고 산. 유해진이 스스로 꼽은, 자신을 설명하는 세 가지 관심사다. 그의 담당 매니저는 지방촬영 일정이 잡히면 가장 가까운 산부터 수소문한다. “산에 의지가 많이 된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복잡한 마음도 정리된다. 또 산 좋아하는 사람치고 술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드물다”며 웃었다. 그 역시 소주와 와인을 즐긴다.

한두 가지 개성으로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인 유해진의 매력은 영화와 만나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최근의 활약은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8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던 배경으로도 그의 활약이 꼽힌다. 개봉을 앞둔 ‘극비수사’는 그 맥을 잇는다.

유해진은 이번 영화에서 유괴사건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도사 김중산을 연기했다. 과학적인 수사가 바탕이 돼야 할 사건에 뜬금없이 끼어든 ‘사주풀이’ 역술인의 등장이 다소 낯설지만, 이 같은 설정은 유해진을 만난 덕분에 진중하고 진심어린 이야기로 전개된다.

“김중산을 설명할 만한 단어는 소신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해도, 어렵고 가난했지만 소신을 지키는 사람이 주위에 많았다. 지금은 소신이란 단어조차 낯설지 않나. 다들 먹고 사는 데 급급한 것 같다.”

유해진은 영화를 촬영하며 자신의 아버지를 자주 떠올렸다고 했다. 극 중 김중산은 법대를 졸업한 역술인이지만, 세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아버지는 없는 형편에 참 대쪽같은 분이었다. 어머니도 고생을 많이 하셨다. 내 기억 속 아버지의 젊은 시절은 빳빳하게 다려 입은 낡은 와이셔츠에 푸른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다. 영화 속 김중산의 외모도 그렇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나에게도 아버지의 모습이 엿보였다.”

‘극비수사’에서 유해진이 놓치지 않은 감정은 부성애다. 그동안 다양한 상황과 역할을 연기한 그이지만 부성애를 표현한 적은 많지 않다. “평소에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영화에서처럼 나도 그만한 딸이 있어야 할 나이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 부성애도 어색하지 않게 연기할 수 있었다.”

유해진은 미술전을 자주 찾고, 여전히 과학 잡지를 탐독한다. 공개된 적 없지만 그림 솜씨도 수준급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방송한 tvN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증명된 ‘맥가이버’ 못지않은 각종 발명의 기술로도 유명세를 더했다.

“‘삼시세끼’를 통해 내가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란 걸 알았다. 물론 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언젠가 기울 때가 있을 텐데, 평정심을 가져야지. 내 나이에….”


● 유해진이 보는 김윤석은?


“촬영하며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형”

유해진도 ‘극비수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김윤석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촬영하며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형이 있어서 부담을 덜 느꼈다”고 했다. ‘분석가’에 가까운 김윤석과의 대화는 유해진에게 “자극과 힘이 된다”고도 했다.

이들과 촬영장을 함께 누빈 곽경택 감독은 “김윤석은 불같은 열정, 유해진은 물처럼 맑은 기운이 있다”고 평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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