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븐틴 “대인원 그룹 편견, 우리가 깨드리죠”

입력 2015-06-15 0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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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슈퍼주니어와 엑소 등의 등장으로 멤버수가 ‘10’을 넘어가는 아이돌 그룹이 익숙해 졌다곤 하지만 역시 두 자릿수 이상의 인원을 보유한 그룹은 드문 편이다.

여기에 이런 대규모 그룹의 선구자적인 SM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고 성공을 거둔 그룹을 찾으라고 하면 그 난이도는 훨씬 더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13인조 그룹’이 있으니, 애프터스쿨과 오렌지 캬라멜 등으로 잘 알려진 플레디스가 선보인 세븐틴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세븐틴은 아이돌 마니아 사이에서는 데뷔 전부터 꽤나 이름이 알려진 팀이다.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대규모 멤버 계획도 그렇고, 여러 차례 데뷔 프로젝트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 진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데뷔는 생각만큼 빨리 이뤄지지 않았고,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CD를 내놓을 수 있었다.

데뷔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맏형 에스쿱스는 “회사에서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사실 지금도 완전히 만족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제는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 나오게 됐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오랜 준비 기간과 미뤄지는 데뷔로 인한 고충도 있었다. 호시와 승관은 “가금 데뷔 관련된 소식이 기사에 나면 친척이나 친구들이 항상 물어보는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그냥 ‘곧 나온다’고만 말하고 명절 때 집에 가지 않고 그러기도 했다”며 “마치 취준생과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들은 곧 “회사에서 ‘아껴두자’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그때는 안 된다고 했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 데뷔를 하고보니 우리를 위해서 그랬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에스쿱스는 ‘보여 줄만 하다’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4년간 갈고 닦은 세븐틴의 저력을 만만한 것이 아니다.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처럼 세븐틴은 작사와 작곡은 물론 안무까지 직접 짜고 있으며, 앨범과 캐릭터 콘셉트 등 활동의 거의 모든 부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앨범 대부분의 곡에 작곡자로 이름을 올린 우지는 “원래 처음에는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준비 중이었다”라며 “그러다 갑자기 자체 제작 아이돌로 시스템이 확 바뀌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퍼포먼스팀의 리더 호시는 “처음에 ‘왜 데뷔를 안 시켜 줄까’ 생각하다가 팝송에 직접 안무도 만들고 곡도 만들고 그런 식으로 놀고 있었는데 이걸 본 회사 분들이 ‘이거 괜찮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콘셉트를 ‘자체 제작 아이돌’로 잡고 준비해 데뷔를 하게 됐다”라고 직접 제작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놀이’로 시작된 자체 제작이라고 하지만 그 완성품은 어느 그룹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데뷔 타이틀곡 ‘아낀다’는 음악적으로는 상당히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경쾌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퍼포먼스적으로는 13인조답게 화려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안무를 구성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완성도가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곡을 맡은 우지와 안무를 맡은 호시의 존재로, 실제 우지는 어린 시절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고, 호시는 태권도 공인 4단의 촉망받는 선수 출신이다.

우지는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공부하다가 회사에 와서 음악을 확장했다. 중학교까지 클라리넷을 연주했는데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해 진로를 바꿨다”며 “작사와 작곡을 하고 있는데 힙합팀의 경우 멤버 다 같이 작사를 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어려서부터 정식으로 댄스를 배운 건 아니지만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몸을 쓰는데’ 일가견이 있는 호시 상당히 정석적인 우지와 달리 꽤나 독특한 이유로 팀에 합류한 케이스다.

호시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선수로 전국대회 휩쓸고 다녔고, 중학교 때 여러 학교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며 “그런데 운동부가 대부분 머리를 짧게 밀어야 했다. 한창 사춘기 시절 정말 머리를 깎기 싫어서 아예 운동으로 진학하길 포기했다. 그러다 아이돌에 도전해 데뷔했다. 그래도 아직 태권도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라고 엉뚱한 이유를 덧붙여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힙합팀과 안무팀의 리더의 과거사를 듣고 있던 보컬팀의 승관은 갑자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동요대회 출전해서 6년 내내 교내에서 1등을 했다”라고 과거자랑에 합류해 거듭 웃음을 자아냈다.

세븐틴,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조금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쯤에서 세븐틴이란 팀의 구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13명의 멤버로 구성된 세븐틴은 각 멤버별 특기에 따라 다시 보컬팀(우지, 승관, 도겸, 조슈아, 정한)과 힙합팀(에스쿱스, 민규, 원우, 버논), 퍼포먼스팀(호시, 디노, 준, 디에잇)으로 나뉜다.

이 때문에 ‘13명의 멤버가 3개의 팀으로 하나를 이룬다(13+3+1=17)’이라는 상상을 뛰어넘는 팀명의 뜻풀이가 가능하다.

물론 이는 최종 멤버가 정해진 이후 팀명의 뜻을 만든 것으로 애초 세븐틴은 말 그대로 ‘17명의 멤버’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던 그룹이었다.

승관은 “17명으로 구상해서 세븐틴이었고 후보는 30여명까지 있기도 했는데, 예비 멤버로 준비하다가 최종적으로 13명이 정식멤버가 됐다”라며 솔직하게 밝혔다.

이에 우지는 “최종적으로 데뷔 멤버가 결정되고 대표님이 임명장을 수여하고 반지를 하나씩 줬다”며 “반지를 받는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라고 당시의 감격을 떠올랐다.

그러나 호시는 다시 “그런데 데뷔 리얼리티를 할 때 대표님이 그 반지를 다시 뺐어가더라. 방송 하면서 주겠지 했는데 진짜로 안돌려줄 것 같아서 많이 당황했었다”라고 덧붙여 모두를 폭소케 했다.

우여곡절 끝에 데뷔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본 세븐틴 멤버들은 바쁜 스케줄에도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정한은 “데뷔전에 전에 리얼리티 프로젝트를 하면서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니까 오히려 음악방송 스케줄이 더 수월한 기분이다”라고 지금의 일정이 힘에 부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민규는 “사실 잠을 못자서 피곤하긴 해도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라며 “또 데뷔를 했기 때문에 힘든지도 모르겠다. 리얼리티 프로젝트를 할 때는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데뷔로 인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에 대규모 인원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고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일례로 자신들의 CD에 사인을 할 때가 그렇다.

에스쿱스와 우지는 “CD에 사인을 하는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인원이 많다보니 공장에서 물건이 돌아가는 것처럼 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정한은 “데뷔전에 각자가 사인을 다 만들었는데 예쁜 사인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캐릭터를 그렸다. 그런데 양이 많아지니까 캐릭터가 점점 한군데씩 빠지게 되더라”라고 고백하며 웃었다.

또한 사인 이야기가 나오자 팀의 막내 디노는 갑자기 헛기침을 하며 주위에 눈치를 줬고, 다른 멤버들은 곧 “디노의 사인이 제일 예쁘다”라고 진심인지 억지인지 모를 칭찬을 해줬다.

원하던 답을 얻은 디노는 “디노라는 이름이 공룡처럼 무대를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어떻게 이걸 표현할까 하다가 아버지와 상의를 했다”며 “아버지가 원래 화가가 꿈이어서 그림을 잘그리신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아버지의 그림을 합쳐서 지금의 사인을 만들었다. 내게 더 의미가 있다”라고 과연 자랑할 만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처럼 데뷔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세븐틴이지만 여기에 안주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체제작 아이돌답게 다음 곡도 준비를 마친 세븐틴은 각 팀별 활동이나 팀간 멤버를 섞은 새로운 조합의 유닛 활동까지 계획하는 등 시선은 이미 데뷔 그 다음을 향해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승관과 우지는 “멤버 수가 많으면 갖게 되는 편견이 있는데, 그것을 깰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다”며 “우리 무대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명도 쉬어가는 순간이 없다. 왜 13명이어야만 하는 지 수긍하게 만드는 그런 그룹이 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더불어 에스쿱스는 “우리는 우리 멤버만으로도 무대를 꽉 채우고 또 시너시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룹이다”라며 “이런 장점들을 살려 올해 꼭 신인상을 타고 싶다”라고 신인다운 목표를 덧붙였다.

세븐틴,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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