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마무리 정우람 카드 꺼내든 이유는?

입력 2015-06-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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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우람. 스포츠동아DB

최강 체인지업…‘끝판대장’ 역할 기대
윤길현 셋업…전통적 불펜 운용 회귀
FA 앞둔 정우람, 자신감으로 재무장


SK가 정우람(30)을 마무리로 쓴다. 이에 따라 개막부터 마무리를 맡았던 윤길현(32)은 셋업맨으로 이동한다.

SK는 12일 문학 롯데전을 끝으로 윤길현을 투입하지 않았다. 윤길현은 시즌 12세이브를 성공시켰지만, 마지막 세이브는 5월 19일 문학 한화전에서 거뒀다. 이후 한 달 가까이 7경기에 등판해 1패만 기록했다. 팀 전체가 워낙 부진해 세이브를 챙길 기회가 적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SK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이와 관련해 SK 김용희 감독은 “팔꿈치나 몸에 이상은 없다”며 억측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윤길현과 정우람의 보직을 바꾼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윤길현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둘째 정우람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작용했다.

SK는 ‘삼성, 두산과 3강을 이룰 것’이라는 시즌 전 예상과 달리 5월 말부터 급격히 페이스를 잃어 어느덧 5할 승률에 턱걸이하는 처지(16일 현재 30승1무30패)가 됐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주는 ‘시스템야구’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타선의 침체가 끝 모르게 이어지면서 마운드마저 악전고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책성으로 이미 김무관 타격코치를 2군으로 내려 보낸 터라 더 이상 마땅히 쓸 만한 카드도 사라진 상태였다. 따라서 이번 정우람과 윤길현의 보직 교체는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겠다’는 2차 승부수로 볼 수 있다.
SK는 그동안 ‘불펜 에이스를 경기 마지막이 아니라 최대고비에 투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정우람을 기용했다. 그러나 통계와 야구현장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 결국 윤길현 셋업맨-정우람 마무리라는 전통적 불펜운용법으로 회귀한 셈이다.

SK로선 정우람이 과거 삼성 오승환(현 한신)처럼 압도적 ‘끝판대장’이 돼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 16일까지 정우람은 33경기에 등판해 5승2패10홀드1세이브를 거뒀다. 특히 33.1이닝을 던지는 동안 방어율은 1.89, 피안타율은 0.112였다. 9이닝당 탈삼진 비율은 14.04개에 달한다. 좌완으로서 간결한 투구폼에서 던지는 체인지업은 당대 최강의 필살기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한 가지 변수는 정우람이 마무리보다는 셋업맨(통산 127홀드)으로서 더 강력한 성적을 냈다는 대목이다. 마무리로서도 군 입대 직전인 2012시즌 30세이브를 거둔 바 있지만, 당시에는 박희수라는 막강 셋업맨의 측면지원을 받았다.

다행히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정우람은 이제 관록과 자신감까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개막 전부터 SK에서 “상황이 오면 정우람이 마무리로 가고, 윤길현은 셋업맨이 된다”고 수 차례 말해왔기에, 두 투수 모두 마음의 각오는 돼 있을 터. SK가 절박해질수록 정우람의 의존도는 커진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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