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장르를 꼽으라면 단연 예능이다. 한 유명 예능 프로그램의 새 멤버를 뽑는 과정에 대한민국이 들썩일 정도인 걸 보면 한국인의 예능 사랑은 유난에 가까울 정도다.
하지만 정작 예능에서 가장 빛을 발해야 할 개그맨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생존을 위협받곤 한다. 이들은 단 20분을 웃기기 위해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를 짜내지만 사회의 분위기가 엄해질 때마다 가장 먼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서 활약 중인 개그맨 박영재도 한때는 이런 고충을 몸소 느끼곤 했다. '서울의 달', '부산 특별시', '서울 나들이' 등 '웃찾사'의 인기 코너들에 참여했음에도 그의 위상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아마 연예인 중에서 공개 코미디 하는 친구들이 제일 바쁠 거에요. 우선 공개 코미디는 개그맨들이 다 머릿 속으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고 검사를 통과해도 더 완성을 시켜야 해요. 몸으로 노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머리로는 일주일 내내 개그 생각만 하는거죠. 그래도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즐기고 웃으면서 할 수 있죠."
박영재는 오랜 개그맨 생활을 돌아보면서 "슬럼프가 온 적은 있어도 그만 두고 싶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로지 개그에 대한 열정만으로 버티기엔 그들의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다.
"개그맨들은 공개 코미디 출연료하고 행사를 통해 수입을 얻어요. 그런데 나라에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분위기가 침체 되면 아무래도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죠. 사람들은 '그래봐야 연예인인데 손가락 빨겠냐'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심해요."
그래서 박영재가 선택한 것은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대로 개그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개그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영재는 대구에서 돼지갈비 체인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경상도 지역 곳곳에 그의 체인점이 진출해 있으며 연매출만 해도 대략 50억원에서 7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사업을 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저는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뛰어들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고기를 정말 좋아해서 예전부터 맛있는 고기집에서 비법을 묻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사업을 시작할 때 제 이미지와도 잘 맞는 돼지갈비 사업을 시작한 거에요."
그의 돼지 갈비 사업은 우선 파격적인 가격으로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돼지 갈비 1인분에 500원이라는 이 가격에 과연 남는 것이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가게마다 매상이 조금씩 달라도 본점은 하루에 300만원, 한달에 9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려요. 지금은 초기 단계라 벌어들인 수입으로 다음 점포를 여는데 투자를 해서 생활 자체가 크게 여유로워지진 않았어요. 그래도 우선 사업이 잘되니까 개그를 짤 때도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어요.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죠."
박영재는 본인의 매장을 서울에도 진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이야기 하면서 익살스러운 개그맨이 아닌 철저한 요식업계에 뛰어든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 본업이 뭐냐"고 묻자 "당연히 개그맨이다"라고 답했다.
"개그맨을 하면서 가끔 서운할 때는 있었더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만약 제 인생에서 개그를 뺀다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거에요. 제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포털 사이트 제 이름 옆에 개그맨/MC/사업가라고 적혀있는 거에요. 그런 면에서 정말 강호동 선배님을 존경해요. 방송에서도 사업에서도 뭘 하더라도 1등을 하니까요. 저도 앞으로 그렇게 뭐든지 시작을 하면 1등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