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中 옌볜FC서 11호골 폭발…‘새 도전 약속’ 지킨 하태균

입력 2015-06-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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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균 선수. 스포츠동아DB

하태균 선수. 스포츠동아DB

수원서 임대…“앞으로 반년은 새 도전”
박태하 감독과 만점 호흡 골 감각 부활
팀 13경기 연속무패 단독선두 일등공신
“K리그 신인왕 시절 못지않게 행복하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에서 뛰다 중국프로축구 갑(甲·2부)리그 옌볜FC로 임대된 한국인 공격수 하태균(28·사진)은 3월 2일 경남 거제도 전지훈련 도중 스포츠동아와 만나 “앞으로의 반년은 상처 치유를 위함이 아닌, 새 도전을 꿈꾸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흐른 지금, 그는 갑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13일 중국 옌지시 인민경기장에서 열린 옌볜-우한 줘르와 갑리그 13라운드 경기. 하태균은 2골을 몰아치며 옌볜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1호 골(FA컵 포함). 팀도 개막 13경기 연속무패(7승6무)로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확실히 살아있다는 걸,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다”는 약속을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하태균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골을 넣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특히 부상 없이 꾸준히 뛰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2007년 K리그 신인왕에 오른 그이지만, 영광은 짧았다. 부상 때문이었다. 2008년 무릎 연골 파열로 치료와 재활에 1년 이상이 필요했지만 급한 마음에 6개월 만에 복귀했고, 또 다쳤다.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떨칠 틈도 없었다. 상주상무에서의 2년이 큰 도움이 됐다. 나름의 몸 관리 노하우도 터득했다. 언제, 어떻게 몸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러나 당장 수원에서 뛸 자리가 없었다. 2014년 말 복귀했지만, 옌볜으로 임대됐다. 서운할 법도 한데,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기다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그렇게 시작된 도전의 시간. 자신을 불러준 박태하(47) 옌볜 감독과 찰떡궁합을 이뤘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머뭇거릴 만한 기회도 과감히 슛으로 연결했고, 골 감각도 살아났다. 하태균은 ‘팀 플레이’를 거론했다. “몇몇 중국 클럽들을 보면 중원을 안 거치고 전방에 길게 볼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그렇지 않다. 사실 내가 수비수를 제친 뒤 득점한 장면은 거의 없다. 철저히 주변에서 만들어줬다.”

처음부터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씩이지만 분명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부임 초 박 감독이 미드필드 플레이와 패스를 강조했을 때 불안해하던 동료들이 이젠 여유를 갖게 됐다. 과거에는 볼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빨리 주변에 넘겨주려 했다면, 지금은 1∼2명쯤 제친 뒤 볼을 연결하려고 한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생활도 아주 만족스럽다. 자신도 적극적으로 다가서려 했지만, 주변에서 먼저 다가왔다. 더욱이 동료들과는 다르지만 같은 목표가 있었다. ‘절실함’이었다. 지난해 옌볜은 갑리그 꼴찌로 을(乙·3부)리그 강등이 확정됐다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하태균 역시 선수로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모두가 절박함으로 뭉쳤다. 그러면서 시너지를 얻었다.” 목표는 딱 하나. 꾸준함이다.

하태균은 지금이 무척이나 행복하다. 옌볜의 홈 평균 관중은 2만명에 달한다. 그는 “골도 골이지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07년 못지않게 행복하다. 선수는 역시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뛰어야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옌지(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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