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불운과 시련 딛고 이뤄낸 생애 첫 우승

입력 2015-06-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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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해냈다” 박성현(가운데 흰색 옷)이 21일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2주 전 역전패의 아픔을 딛고 프로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KLPGA

■ KLPGA 한국여자오픈 합계 1오버파 우승


교통사고…맹장수술…정규투어 부진
2주 전 역전패 아픔 딛고 마침내 우승
박성현 “마음 한 구석 짐 덜어낸 느낌”


“더 이상의 불운은 없다.”

박성현(23·넵스)에겐 아픈 상처가 많다. 2주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마지막 18번홀에서 1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이정민(23·비씨카드)에게 연장을 허용했고, 1차 연장에서 패해 생애 첫 우승을 눈앞에서 날렸다. 그리고 2주 만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2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설욕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박성현과 이정민이 챔피언조에서 다시 한번 우승 경쟁을 펼쳤다. 박성현은 재대결을 앞두고 “롯데칸타타여자오픈이 끝난 뒤 이정민 선수와 다시 치고 싶었다. 그런데 시기가 빨리 찾아온 것 같다. 2번째 라운드여서 지난번 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최종라운드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승은 쉽게 오지 않았다. 또 한번 우승에 대한 부담과 경험부족이 그를 힘들게 했다. 5타차 선두로 출발한 박성현은 불안한 선두를 달렸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못했다. 12번홀까지 경기는 순조로웠다. 버디 2개에 보기 1개를 적어내며 5타차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이후 급격한 난조에 빠지면서 흔들렸다. 13번홀(파4) 보기에 이어 14번홀(파5)에서는 트리플보기, 16번과 17번홀 연속해서 보기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6타를 잃었다. 다행히 우승 경쟁을 펼쳤던 이정민과 양수진, 안신애 모두 오버파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1위 자리를 지켰다. 합계 1오버파 289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다. 고교 2학년 때 국가대표로 뽑힐 때까지 빠르게 성장해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후 그에겐 전혀 다른 골프인생이 찾아왔다. 성적 부진에 빠지면서 1년만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프로로 눈을 돌렸지만 또 다른 벽이 앞을 가로 막았다. 프로테스트에 출전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테스트를 보지 못했고 슬럼프가 계속됐다.

불운은 계속됐다. 2013년 2부투어에서 활동하던 그는 갑자기 맹장수술을 받는 바람에 제대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동기들 모두 정규투어로 진출해 주목받고 있었지만, 박성현은 여전히 2부 투어에서 생활해야 했다.

2014년 마침내 정규투어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두각을 보이진 못했다. 김효주,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 등 1995년생 돌풍에 가려 제대로 이름조차 알리지 못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성현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모두 털어냈다. 잘 웃지 않던 그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박성현은 “우승하고 나니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짐을 덜어 낸 것 같다. 이제부터 조금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박성현의 골프백에는 ‘남달라’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잘 하는 선수들은 뭔가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선 남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런 글자를 새겨 넣었다”고 말했다.

한편 시즌 4승째를 노린 이정민은 합계 3오버파 291타로 2위, 부상에서 복귀한 안신애(25·해운대비치리조트)와 양수진(24·파리게이츠)은 공동 3위(4오버파 292타)에 올랐다. 김효주(20·롯데)는 공동 9위(7오버파 295타)로 대회를 마쳤다.

인천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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