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유해진 형을 보면 난 아직도 아이일 뿐”

입력 2015-06-25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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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로 출발해 연기에 집중해온 시간이 꼭 10년이다. 배우 윤계상은 “이제 여유가 생겼고 편안하게 연기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영화 ‘소수의견’으로 그 출발을 알린다. 스포츠동아DB

■ ‘소수의견’ vs ‘나의 절친 악당들’|윤계상 vs 고준희

연기자 윤계상(37)과 고준희(30)가 주말 극장가에서 빅매치를 벌인다. 지난해 10월 영화 ‘레드카펫’에서 호흡을 맞춘 이들은 각각 주연한 ‘소수의견’과 ‘나의 절친 악당들’로 경쟁을 펼친다. 두 연기자가 자신감으로 완성한 영화다. 윤계상은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했고, 고준희는 긴장감을 덜어내고 자유분방한 개성을 장착했다. 이들이 펼쳐낸 매력적인 캐릭터로 두 영화는 예사롭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잔혹할 정도로 허투루 연기 안 해
나 역시 닥치고 열심히 하자 다짐
평가 연연 않고 넓게 보는 법 배워


윤계상은 ‘소수의견’(제작 하리마오픽쳐스) 출연을 제안 받고 “목숨을 걸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갈증이 더 크게 작용했다.

“2013년 겨울 즈음이다. 힘든 때였다.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었다. ‘소수의견’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평가, 외부의 여러 잣대를 이겨내고 싶었다.” 흥행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연출자 김성제 감독을 만났다. 윤계상은 “나와 비슷한 상황이구나” 직감했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각오와 절박함이 손잡게 했다.

알려진 대로 ‘소수의견’은 2009년 서울 용산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참사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야기의 전제는 현실과는 다르다. 빈틈없이 치열한 법정 싸움을 그린 영화는 억지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지 않는다. 냉철하리만치 덤덤하다. 그래서 결말에 이르러 전해지는 감동이 더 뭉클하다.

영화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법정 장면은 미리 정한 동선대로 촬영하지 않았다. 마치 연극처럼 온전히 배우들에게 연기를 내맡겼다. 카메라는 조용히 그 움직임을 따랐다.

윤계상은 “연극 한 편 해낸 듯 자신감이 생겼고 가랑비에 옷이 젖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화내는 장면도 편집 과정에서 모두 잘려나갔다. 감독님은 그게 맞는 방식이라고 여겼다. 충돌하지 않았느냐고? 그러기엔 내가 감독님보다 덜 똑똑하다. 하하!”

이른바 ‘생계형 변호사’ 윤진원이 그의 역할. 철거 현장에서 경찰을 죽인 용의자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사건에 의문을 품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의협심이나 정의감이라기보다는 그저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뚝심이 강하다.

극중 윤계상을 돕는 선배 변호사는 유해진. 촬영장 밖에서도 유해진은 그에게 든든한 선배, 그 이상이었다. “잔혹할 정도로 허투루 연기하지 않는 모습을 봤다. 사실 나 혼자만 애 쓰면서 연기하는 줄 알았다. 왜 안 될까, 왜 부족할까, 그랬다. 해진 형을 보니 난 아직도 아이일뿐이다. 존경스럽다.”

윤계상은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연기를 시작할 때, 과장을 조금 보태 “연기 천재가 아닌지 싶을 만큼 자신 있었다”고 했다. 두 번째 영화에서 자신의 평범함을 깨달았고, 세 번째 영화에선 마음껏 연기가 되지 않는 한계를 경험했다.

“연기가 나를 갉아먹고, 피폐하게 한다면 훌훌 털어내고 떠날 생각이다. 그런데 10년을 보낸 지금은 조금 여유로워졌다. 연기를 잘 한다, 못 한다는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더 넓게 보는 법을 배웠다고 해야 하나. 겁내지 말자, 닥치고 열심히 하자, 그런 생각이다.”

그 여유는 연인인 연기자 이하늬와 공개 데이트에서도 엿보인다. 결혼에 대한 질문도 자주 받지만 그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라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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