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송 KBS 뮤직뱅크-MBC 음악중심-SBS 인기가요
음악방송이 가수들에게 좋은 활동무대이긴 하지만, 시청률이 2~3% 수준이어서 홍보효과 측면에선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A팀의 제작자는 “회사 사정이 넉넉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비용을 아끼는 게 회사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A팀의 다음 음반도 기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방송활동을 접기로 한 것이다.
가요계에는 A팀 제작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다. 음악방송에 출연해봐야 흥행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은데, 비용은 엄청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음악방송 출연 2~3주차가 되어서도 반응이 신통치 않다면, “그래도 계속 가야하나, 이대로 끝내야 하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음악방송 무대에 나서는 아이돌 가수들은 매주 ‘비용과의 전쟁’을 치른다. 가요계에 따르면 한 아이돌 가수가 1주일간 지상파와 케이블의 여러 음악방송에 출연하면 적게는 700~800만원, 많게는 15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아이돌 가수들 대부분은 노래 콘셉트에 맞게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의상을 제작하는데, 이 제작의상만 1인당 60만 원선이다. 5인조일 경우 의상비만 300만원. 지상파 3사마다 의상을 다르게 입어야 하니 지상파 3사용 의상비만 900만원이다. 케이블 음악방송 1회분을 더하면 1200만원. 여기에 댄서를 1회 무대에 세우는데 1인당 7만 원선이라 5명을 무대에 올린다 해도 35만원이다. 헤어·메이크업 비용도 1회 대략 50만 원씩 소요된다.
아이돌 그룹 한 팀이 움직이면 대략 15명의 스태프가 대동하게 되는데, 이들의 식대 등을 합치면 1주일에 100만원은 족히 든다. 이런 식으로 따져보면 1주일에 적게는 700~800만원, 많게는 1500만원씩 소요된다.
보통 가수들의 음악방송 출연기간은 6~8주. 이 정도 기간이면 활동경비만 약 1억 원이다.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활동이다. 이렇다 보니 영세한 중소기획사들은 음악방송 효과가 별로 없다고 판단되면 애초 계획했던 음악방송 출연 기간을 줄이려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간접홍보도 하고, 다음 활동의 발판도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비를 아끼려고 음악방송을 마냥 빨리 끝낼 수도 없다. 힘들게 컴백활동을 준비한 가수들의 사기문제가 있고, 또한 팬 관리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음악방송에 얼굴을 비쳐야 한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의미 없는 음악방송 출연을 하고 있노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