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대현-KT 장시환(오른쪽). 스포츠동아DB
3점대 방어율·K머신 장시환 A급마무리 대우
10억에 영입한 정대현 ‘토종 에이스’로 우뚝
좌완 윤근영 부상 딛고 불펜요원 자리매김
김상현 파워 부활·이대형 도루로 힘 보태
1일까지 76경기를 치렀다. kt의 90억 프로젝트, 90억 9인의 경제성은 현재 어느 정도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28일 kt는 9명의 특별지명(각 구단 보호선수 20인 외 1명 지명) 명단을 발표했다. 외야수 김상현(35), 이대형(32), 배병옥(20)과 포수 용덕한(34), 내야수 정현(21), 투수 윤근영(29), 이성민(25), 장시환(28), 정대현(24)이 그 주인공들이다. 당시 평가와 지금 팀 내서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많이 다르다.
먼저 장시환은 타 팀에서 “90억까지는 아니어도 혼자서 50억 몫은 한 것 아니냐”는 극찬까지 듣는다. 성적은 4승3패8세이브, 방어율 3.61이지만 팀 마운드 전력에서 기록 이상의 큰 비중을 점하고 있다. 52.1이닝을 던지면서 삼진은 57개를 잡고, 볼넷은 21개뿐이다. 넥센 시절 발목을 잡았던 제구력은 완전히 틀을 잡은 모습이다. 타 팀 코치 한 명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장시환 정도 투수를 잡으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하면 빠를 것”이라는 말로 그의 가치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은 좌완 정대현의 성장도 눈부시다. 3점대(3.28) 방어율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이제 24세로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지만, 10억원을 투자해 3점대 방어율의 20대 초반 좌완 선발을 영입한 것이다.
윤근영은 초반 부상이 있었지만 좌완 불펜요원으로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 이성민은 포수 장성우를 영입하는 블록버스터 트레이드에 힘을 보태고 롯데로 떠났다.
3년 전 NC의 경우 특별지명에서 투수 파트는 큰 실패를 맛봤다. 송신영을 넥센에 보내고 지석훈을 영입하며 내야 고민을 덜었지만,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이승호와 불펜 핵심전력으로 파악했던 고창성 모두 1군보다 2군에 더 오래 머물렀다.
이와 비교하면 kt는 장시환과 정대현의 성장이 흐뭇하기만 하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kt로선 마무리 장시환, 선발 정대현이 1군 데뷔 첫 해 확실히 자리 잡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내년 시즌 외국인투수들이 함께 활약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야수진도 나쁘지 않다. 미래를 보고 선택한 배병옥은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며, 정현은 군복무 중이다. 이대형은 타율(0.260)이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24도루로 힘을 보태고 있다. 김상현은 15홈런을 치며 2010년 이후 5년 만에 20홈런을 바라보고 있다.
kt의 90억 프로젝트 설계는 현재와 미래의 절묘한 조합이었다. 향후 트레이드 가능성을 열어놓은 포석도 현 시점에선 매우 영리한 선택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억원을 주고 데려왔지만 장성우 영입으로 역할이 줄어든 용덕한에게 아낌없이 살 길을 열어주고, NC에서 외야수 오정복을 확보했다. 이적 후 펄펄 날고 있는 오정복은 1일 문학 SK전에서도 7회 결승 2타점 2루타를 포함해 5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문학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