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진수 “분데스리가 풀백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겠다”

입력 2015-07-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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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스포츠동아DB

혹독한 텃세…한때 아침에 눈 뜨기가 무서워
결국은 실력…당당히 호펜하임 주력 멤버로
새 시즌 경쟁 치열…죽지 않을 만큼 뛰어야
2011년 1월 28일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 우즈베키스탄과 2011카타르아시안컵 3·4위전을 끝으로 박지성(34)과 이영표(38)가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당시 축구대표팀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사장)은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박)지성이 자리와는 달리 (이)영표 공백은 마땅한 자원이 없다.” 조 감독의 걱정과 달리, 예상보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행히 왼쪽 풀백에 몇몇 얼굴이 등장했다. 김진수(23·호펜하임)가 대표적이다. 177cm·70kg의 작은 체격, 프로 4년차에 불과하지만 대표팀의 주전 자리를 이미 꿰찼다. 분데스리가 첫 도전인 2014∼2015시즌, 20경기를 뛰며 다음 시즌 전망을 더욱 밝혔다.


●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분데스리가 풀백을 향해!

김진수의 바람은 분명했다. “언제까지 분데스리가에 머물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내 포지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점이다.”

못 이룰 목표는 아니다. 구단도 ‘1년차’에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잘해야 10경기 출전을 전망했다. 그러나 적응이 빨랐다.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의 호출 횟수도 점차 늘었다. 정점은 2015호주아시안컵 직후 나선 베르더 브레멘과의 홈경기(2월 4일). 1-2로 패한 이 경기에서 김진수는 팀 내 최고 평점을 받았다. 기스돌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놓고 호통을 쳤다. “김진수는 호주에서 독일로 오느라 24시간 이상 비행기를 탔는데, 그보다 못 뛴 너희는 대체 뭐냐?”

물론 쉽진 않았다. 기댈 곳도, 비빌 언덕도 없는 외로움의 연속. 훈련장은 전쟁터였다. 엄청난 텃세에 시달렸다. 백태클, 팔꿈치 가격은 예사. 이런 훈련이 끝나고 커피 한 잔 청하는 문화는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아침에 눈 뜨는 게 싫었다. 무서웠다.”

이 때 동료 누군가가 해준 일본 공격수 우사미 다카시(23·감바 오사카) 얘기가 큰 도움이 됐다. 2012년 여름 호펜하임에서 짧은 임대 생활을 한 우사미의 별명은 ‘유령’. 조용하게 훈련장에 나타나 풀 트레이닝이 끝나기 무섭게 샤워만 하고 사라진 생활태도 탓이다. 아무도 우사미와 사적 시간을 보낸 이가 없었다. 김진수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먼저 다가섰다. 함께 씻고, 먹었다. 심지어 시내 클럽에서 함께 여흥을 즐겼다.”


● ‘미생’에서 ‘완생’으로!

그래도 결국 실력이다. 예상보다 훨씬 높은 자체 평점이 나오자 기스돌 감독은 7월 1일 시작된 프리시즌 1차 훈련에서 김진수를 제외했다. 그 덕에 복귀시점이 10일로 미뤄졌다. 노르웨이 전지훈련부터 합류한다. 구단 상품 홍보 모델도 김진수다. 주력 멤버로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물론 부담도 크다. “죽지 않을 만큼 뛰어야 한다. 새 시즌도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이젠 무섭지 않다는 거다.”

효자가 된 기분도 큰 즐거움이다. 합숙이 잦은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지금은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들 덕에 독일과 스위스를 여행한 부모님이 환하게 웃으면 그도 행복하다. “아들, (경기 뛰고) 수당 벌어와. 못 뛰고, 지면 퇴근하지 마”란 어머니의 농담조차 흐뭇하다.

물론 월드컵을 향한 갈망도 크다. 최종엔트리에 발탁됐다 발목을 다쳐 2014브라질월드컵 출전이 불발된 김진수다.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혜택을 얻지 못했다면 타격은 훨씬 컸을 수 있다. 부담 없이 실력만 키우면 된다. “한 시즌씩 마치면 2018러시아월드컵이 다가올 것이다. 난 계속 꿈을 꾸고, 이를 위해 혼신의 열정을 기울이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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