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정근우 ‘악마수비’ 비결은 ML 따라하기

입력 2015-07-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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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ML 선수들의 영상 보며 똑같은 폼 흉내
최정과 펑고 때도 선수이름 대며 따라해
어깨통증·작은 키 때문에 더 독하게 훈련


한화 정근우(33·사진)의 전매특허는 ‘악마수비’다.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꿰뚫는 타구, 2루수-중견수-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애매한 타구, 1루수 뒤쪽 파울 지역에 떨어지는 타구 등 웬만해선 잡을 수 없는 타구마저 번개처럼 달려들어 낚아챈다. 수비범위가 넓고 정확하기까지 하다보니, 다른 선수들은 “정근우한테 빼앗긴 안타수만 세도 통산 타율이 지금보다 1푼은 올라갈 것”이라는 농담 섞인 푸념을 한다. 그러나 ‘정근우표 악마수비’는 쉽게 탄생한 것이 아니다. 즐겁게, 그리고 치열하게 얻어낸 산물이었다.


● 일본·메이저리그를 따라하다가…

정근우는 유쾌하다. 장난 끼도 많고, 재치 있는 말로 주위를 환하게 만든다. 그러나 야구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고 진지하다. 실제로 SK 시절부터 내부에선 ‘야구만 생각한다’, ‘야구에 미쳐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악마수비’도 정근우의 야구를 향한 열정으로 탄생했다. 그는 “(최)정이와 일본리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영상을 보면서, 훈련할 때 장난 식으로 따라해보던 게 이제는 체화된 것 같다”며 웃고는 “정이와 수비 훈련할 때 펑고를 받으면서 메이저리그 선수 누구 이름을 대면서 똑같은 폼으로 공을 던지면서 놀았다. 그렇게 따라하다 보니 실전에서도 그런 수비를 할 수 있게 되더라. 그러면서 조금씩 내 것이 됐다”고 설명했다.


● 악바리 근성이 수비천재 만들다!

사실 정근우가 처음부터 수비를 잘한 것은 아니다. 프로 2년차였던 2005년에는 어깨 통증으로 송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보직이 바뀐 적도 있다. 게다가 그의 키는 172cm에 불과하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고교 졸업 후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독을 품고 야구에 매달렸다. ‘악마수비’도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좋은 선수들의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던 과정을 통해 얻은 수확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야구를 시작할 때 심판은 ‘플레이볼’이라고 외친다. 플레이(play)에는 ‘즐겁게 논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그러나 매일 숫자로 평가되는 냉정한 프로세계에서 야구를 즐겁게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정근우는 어려움에,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즐겁게’ 극복해냈다. 악마수비에 대해 “놀다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대전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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