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5년 기다린 윤중환 ‘제2 조동화’ 꿈꾼다

입력 2015-07-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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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윤중환(오른쪽)은 5년간의 기다림 끝에 1군에서 기회를 잡았고, 꿈에 그리던 첫 홈런까지 신고했다. 윤중환이 6월 28일 문학 한화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린 뒤 홈을 밟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신고선수 입단 후 두번의 타석이 전부
5년만에 1군 복귀…첫 홈런·타율 0.273
“조동화 선배처럼 희생하는 선수될 것”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는 비가 내렸다. 일찌감치 우천순연이 예상된 터라 야구장은 썰렁했다. 그런데 야구장 실내 복도에서 선수 한 명이 열심히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사진촬영이었다. 주인공은 SK 외야수 윤중환(25). 그는 “1군 선수 중에서 야구장 전광판에 올릴 사진이 나만 없어서 오늘 촬영을 하게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대개 이런 촬영은 1월쯤에 하는데 윤중환은 그 대상이 되지 못했다. 당시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토록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서 홈런까지 쳤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까지 윤중환의 오랜 기다림을 들어봤다.


● 신고선수, 5년의 기다림, 그리고 1군

성남고를 졸업한 윤중환은 2009년 말 신고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때 야구를 못했다. 그래도 대학보다 프로에 가고 싶었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 나섰지만 아무도 뽑지 않았다. 그런데 SK 손차훈 스카우트팀장(현 운영팀장)이 “테스트 한 번 받아보라”고 기회를 줬다. 그해 11월 추웠던 야구장에 30명의 지망생이 모였다. 딱 2명이 합격했는데 윤중환이 있었다.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2010년 6월 정식선수가 됐다. 그해 7월 1군에 바로 콜업됐다. 대수비로 뛰었고, 타석에도 2번 들어섰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2011년을 2군에서만 보냈다. 경찰청에 입대해 2년을 보내고 돌아왔는데, 2014년에도 기회는 오지 않았다. 올해도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돼 상실감이 컸다.

윤중환은 “야구를 그만둘 생각도 있었는데, 지난해 박경완 2군 감독님(현 육성총괄)이 ‘너는 자질이 있으니 기회가 올 것’이라고 격려해줬다”고 밝혔다. 올 6월말 그토록 고대하던 1군 승격을 이뤘고, 6월 27일 한화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다음날인 28일 한화 송창식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으로 첫 타점과 첫 득점까지 올렸다. 14일까지 13경기에서 22타수 6안타(타율 0.273)를 기록 중이다.


나의 우상 조동화 선배

윤중환이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SK 캡틴 조동화(34)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시작해 주장까지 맡은 조동화의 성공을 똑같이 따라가고 싶다. 윤중환도 2군 주장 출신이다. 윤중환은 “처음부터 ‘나랑 닮은 것 같다’며 조동화 선배가 많이 챙겨줬다. 나도 선배처럼 팀에 희생하고,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갓 1군에 올라온 윤중환은 방망이 후원을 못 받고 있다. 조동화, 이명기(28) 등 선배 외야수들에게 신세를 많이 지고 있어 고마운 마음뿐이다.

SK 외야진은 호화진용이지만, 윤중환의 수비와 송구는 경쟁력이 있다. 선구안도 좋아지고 있다. 그의 목표는 “시즌 끝까지 1군 선수로 남아있는 것”이다. 경기에 자주 나가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윤중환은 “기회란 것이 갑작스레 찾아온 것 같다”며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안 놓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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