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롯데의 ‘내일이 없는 야구’…왜?

입력 2015-07-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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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종운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누구 말처럼 “롯데 이종운 감독처럼 복 받은 사람도 없는” 줄 알았다. 일단 2014년의 내홍이 없었다면 감독 이종운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의외의 인선이었다. 지난해의 아픔 속에 롯데 프런트는 현장 불개입 원칙을 결벽증적일 정도로 지키고 있다. 초보 감독은 그렇게 절대적 권한을 손에 넣었다. 게다가 2014년 롯데의 몰락을 목격한 팬들의 기대치도 아주 낮았다. 롯데가 5강에 못 든다 해도 손가락질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과장을 좀 보태면 지금 야구계에서 욕이란 욕은 롯데가 다 먹는 분위기다. 세상에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야구를 못하는 것으로만 논하자면 KIA, LG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성찰할 때다.

#무엇보다 롯데 야구단의 방향성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조용한 리빌딩’을 지향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내일이 없는 야구’를 펼치고 있다. 그나마 결과마저 뒷받침되지 않자 여론은 냉각되고 있다. 분노의 바닥에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진정시킬 컨트롤타워가 안 보이는 데서 분노는 낙심으로 치닫고 있다.

#다른 구단에서 없는 일이 롯데에서 유독 자주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롯데가 디테일에서부터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증거다. 일례로 손아섭, 강민호는 부상을 입은 뒤 한참 지나서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 기간 롯데는 귀중한 엔트리를 허비했다. 코치진과 트레이닝파트, 선수단 사이의 소통 수준에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6월 선수단과 프런트의 메리트 재협상은 그 자체부터 씁쓸하지만, 이렇게 민감한 사안이 외부로 흘러나간 현실은 더 큰 문제다. 전 구단주대행이 한 발 물러섰음에도 현장과 프런트를 가리지 않는 ‘줄 세우기’도 근절되지 않은 듯하다. 이창원 사장과 이윤원 단장의 개혁의지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그들을 둘러싼 상황은 엄혹하다.

#팜은 씨가 말랐는데 주력 투수들은 계속 늙어가고 있다. 린드블럼 같은 특급 외국인투수가 언제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을지 미지수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지 모른다. 상황이 암담하다고 자기만 살려고 명분 쌓기에 골몰하다가는 또 공멸한다. 지금 롯데의 현장과 프런트 앞에 ‘상식적으로 팀을 운영해 좋은 팀을 물려줘야 한다’는 목적보다 귀한 가치는 없다. 그것이 롯데그룹과 한국야구를 위한 길이자 롯데 자이언츠 존재의 이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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