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에이스 김덕현 “마지막 올림픽, 행복하게 뛸 것”

입력 2015-07-17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육상 ‘에이스’ 김덕현은 마지막 올림픽에서 후회없이 즐겁게 날아오르고 싶다고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한중일대회 세단뛰기 올림픽 출전권 획득
8월 세계선수권…멀리뛰기 출전권 도전
“리우 올림픽, 후회 없도록 모든걸 쏟겠다”


한국육상의 에이스 김덕현(30·광주광역시청·사진)의 마지막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김덕현은 12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15한중일친선육상경기대회 남자 세단뛰기에서 17m00을 기록하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올림픽 출전 기준 16m90을 넘어선 그의 이번 대회 기록은 올 시즌 남자 세단뛰기 세계랭킹 17위에 해당된다. 8월 베이징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둔 김덕현은 최근 스포츠동아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그는 ‘마지막’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 이은 3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것 같다. 한점 후회 없도록 모든 걸 쏟겠다”던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 철저한 관리의 힘


탄산음료도, 밀가루 음식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이를 깰 때가 있는데, 2010년부터 교제해 올 연말 결혼을 약속한 조민주(28·회사원) 씨와의 데이트 자리에서 조금씩 섭취하는 정도다. 커피를 입에 대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훈련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2차 체력 소진은 무조건 피했다. 술자리도 피했다. 밀가루 음식은 몸이 먼저 반응한다.”

결과는 대단했다. 아시안게임 3회, 내년 리우까지 올림픽 3회 출전이다. 멀리뛰기는 올림픽 출전기록 8m15에서 약간 모자란 7m93까지 뛰고 있어 올해 내 넘어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꾸준하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육상의 세대교체가 부족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바꿔 말해 그를 넘어설 후배들이 아직 등장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0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벌써 10년이 흘렀다. 평범한 선수였는데, (세단뛰기) 한국기록(16m73)을 세우며 부각됐다. 열심히 뛰다보니 기록이 나왔고, 그러면서 욕심이 생겼다. ‘운동에 미쳐보자’고 생각한 시작이었다.”

쉽지 않고 고독했던 길. 김덕현은 “후회 없다”고 말했다. “난 다른 이들이 노는 시간을 훈련에 투자했고, 보상을 받았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육상에 대한 인식이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이 끝나면 육상, 수영 등의 기초종목에 대한 투자가 언급되지만 대개는 제자리걸음에 그친다. “육상은 배고픈 운동이다. 경기장에는 관중이 없고, 저변도 얇다. 타 종목들과는 달리 우린 4년에 한 번 받는 반짝 조명조차 받지 못한다. 여전히 배고프다는 생각이 든다.”


● 마지막 방점을 향해!


올림픽을 얘기하자 김덕현은 “정말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35세가 될 다음 대회(2020년 도쿄올림픽)는 무리라는 것을, 또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안다. “당장 내년에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건 아니지만 이제 다른 선수들이 출전하는 게 옳다.”

사실 그에게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런던올림픽은 많이 기대했다. 메달권 진입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런데 2011년 찾아온 발목 부상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절실함 못지않게 중요한 ‘즐김의 미학’을 이제야 깨달았다. “자신만만했고, 욕심도 컸다. 하지만 부상 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리우도 그렇다. 딱 할 수 있는 만큼, 행복하게 날아오르고 싶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파워는 떨어지지만 부드러움과 기술로 이를 보완하려고 한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열릴 마지막 국제무대인 베이징세계육상선수권에서 김덕현은 1차 목표를 결승 진출로 잡았다. 자연히 올림픽 쿼터를 모두 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세단뛰기, 멀리뛰기 모두 결승에 오르고 싶다. 정보 습득도 하고 있다. 개인종목은 나와의 싸움이지만, 정말 잘하는 선수는 확실히 다르다. 그런 면에서 투자도 필요하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많은 투자가 이뤄지면서 나도 성장할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많이 부여됐으면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