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호연 “공감 많은 뉴스 댓글서 풍자 소재 찾아요”

입력 2015-07-2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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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룡포와 익선관을 쓴 왕의 모습으로도 웃음을 줄 수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개그맨 남호연은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어눌한 목소리로 시청자에게 남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사진제공|남호연

■ 웃찾사 ‘뿌리 없는 나무’의 모자란 왕|남호연

벌써 1주년 앞둔 코너…인기 비결은 공감
교양프로 아닌 이상 웃겨야…목소리 반전
개콘과 윈윈전략…일요일은 코미디 데이

곤룡포를 입은 왕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민생을 걱정한다. 겉으로 보기엔 근엄하기 이를 데 없지만, 입을 떼는 순간 웃음이 절로 터진다.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목소리는 어딘가 그를 ‘모자란’ 왕으로 보게 한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성들 걱정에 한숨이 깊다.

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코너 ‘뿌리 없는 나무’에서 개그맨 남호연(30)이 표현하고 있는 왕의 캐릭터다.

‘뿌리 없는 나무’는 세태를 풍자하는 개그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시간대를 바꾸면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웃찾사’에서 몇 안 되는 인기 코너 중 하나다. 코너의 부침이 심한 상황에서도 벌써 방송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남호연이 있다. 그는 인기의 비결을 “공감”으로 꼽았다.

“정치를 넘어 사회 전반의 문제를 풍자하면서 시청자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 청년실업, 전세금 폭등 등 문제들을 매우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풍자 개그는 사실 자칫 비난과 역풍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위험부담이 크다. 수위 조절이 그만큼 중요하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사건을 절대 우리 시선이나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방송은 물론 인터넷 뉴스까지 다 챙겨보면서 빼놓지 않는 것이 댓글이다. 일방적인 기사를 제외하고 대중이 가장 많이 공감하고 관심이 많은 기사의 댓글을 보면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파고든다.”

그래도 개그의 목적은 웃음이다. “교양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웃겨야 한다”는 그가 사극 개그를 떠올린 건 왜일까.

“만약 목소리도 실제 우리가 지닌 임금의 이미지처럼 근엄하게 했다면 뻔한 개그가 됐을 것이다. 강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가졌는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면 반전일 거라 생각했다. 관객이나 시청자도 그런 모습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어수룩하고 친근한 모습, 그리고 백성을 굉장히 좋아하는 왕의 캐릭터를 좋게 봐준 것 같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남호연의 목소리가 실제로 그러냐는 질문이 수두룩하게 많다. 그만큼 잘 표현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는 요즘 “살맛이 난다”고 했다. 메르스 여파로 중단됐던 개그 공연 등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특히 ‘웃찾사’에 대한 시청자 인식도 많이 달라진 덕분이다.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면서 가졌던, 이유 없는 불안감이 이젠 사라졌다. 지난달 500회 특집방송을 하면서 방송사 측이 ‘봉투’와 회식 자리도 마련해줬다. 처음이었다. 안일하게 해서는 안 되겠더라.”

남호연은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와 벌이는 시청률 경쟁을 “절대 맞대결로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개콘’은 터줏대감이다. 방송시간대를 옮겨서 ‘개콘’을 잡겠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상생, 윈윈전략이다. 다시 한 번 코미디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시청자도 일요일은 ‘코미디 데이’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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