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우 “제주서 셔틀콕 꿈 키웠죠”

입력 2015-07-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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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춘천을 찾은 제주사대부고 조철우(오른쪽)가 어머니 고희연 씨와 19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철우는 남자단식에서 3회전에 진출했다. 춘천|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 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제주가 낳은 배드민턴 스타 조철우


男단식 최성우 2-0으로 꺾고 3회전 진출
배드민턴부 있는 대학교 없어 내년 타지행
“처음 와본 춘천서 1경기씩 승리 쌓을 것”

국내 배드민턴 대회는 전국 각지를 돌아가면서 개최된다. 그러나 섬 지역은 접근성 문제로 대회 개최가 쉽지 않다. 지난 15일부터 춘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58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도 마찬가지다. 1957년부터 전국 여러 곳을 돌아가면서 열렸지만 제주도와 같은 섬에서 열린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꾸준히 엘리트 선수들을 키워내고 있다. 동광초등학교∼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는 대표적인 제주도의 배드민턴 엘리트 코스다.

문제는 배드민턴부가 있는 대학교가 없어 제주 출신 선수들은 고교 졸업 후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제주사대부고 손민 코치는 “중·고교 시절 미리 전학을 가는 선수가 많아 선수수급 문제로 2011년 팀이 잠시 해체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주사대부고는 2013년 재창단했다.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제주사대부고 3학년 조철우는 묵묵히 제주도를 지키며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조철우는 “제주도가 좋아서 전학 가지 않고 계속 남아 운동에 전념해 왔다”고 말했다. 졸업반인 그는 내년 동양대학교(경상북도 영주 소재) 입학이 예정돼 있다. 제주도를 떠나야 할 처지다. 조철우의 모친 고희연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배드민턴을 시작했는데, 운동에 재미를 느껴 선수를 시키고 있다. 옆에 두고 지내던 아들을 타지에 보낼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철우는 19일 춘천봄내체육관에서 열린 여름철종별대회 남자 단식에서 충주공고 최성우를 2-0(21-14, 21-16)으로 꺾고 3회전(32강)에 진출했다. 그는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훨씬 많다. 이번 대회에서 어디까지 오르자는 목표보다는 1경기씩 착실하게 이기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난생 처음 춘천을 찾았다는 조철우는 “춘천에 와서 부모님과 함께 맛있는 닭갈비도 먹고 또 다른 추억을 쌓았다. 제주도 같은 섬이 아니라서 바다는 없지만, 같은 관광지여서인지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대회 기간 내내 춘천에 머물며 아들 뒷바라지에 나선 고 씨는 “다치지만 않으면 좋겠다”며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춘천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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