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13년 만에 유망주 꼬리표 뗀 박경수 “야구가 재밌다”

입력 2015-07-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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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반기에만 11홈런을 때리며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덕아웃에선 알뜰살뜰 어린 선수들을 챙기며 kt의 실질적 리더로서 중고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t 박경수


전반기 11홈런·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이적 후 안정적 출장 기회…잠재력 폭발
중고참 역할 톡톡…후배들도 많이 의지
“일단 풀타임 한 시즌 제대로 뛰고 싶다”


“어린 친구들이 눈치 보고 안 좋은 분위기에서 뛰면, 될 일도 안돼요.”

kt 내야수 박경수(31)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분 좋지 않은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3년 LG에 1차 지명된 그는 김재박-유지현의 뒤를 이어 MBC-LG의 명품 유격수 계보를 이을 유망주로 꼽혔다. 그러나 LG에선 끝내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어느새 ‘만년 유망주’란 타이틀을 달게 된 그는 데뷔 12년만인 지난해 말 만 30세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신생팀 kt 유니폼을 입었다.


● kt 이적이 준 변화, “야구가 재밌다”


kt 입단은 박경수에게 새로운 야구인생을 안겼다. 전반기에만 11홈런을 때리며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10일 수원 삼성전에선 시즌 9·10호 홈런을 한꺼번에 날리면서 데뷔 첫 멀티홈런의 기쁨도 누렸다. 그렇게 그는 다시 한 번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사실 선수에게는 궁합이 맞는 팀이 있기 마련이다. 그 역시 LG보다는 kt 유니폼이 더 어울렸던 것일지 모른다. 박경수는 “솔직히 유망주 꼬리표에 대한 부담이 많았다. 지금은 야구가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LG 시절 그는 코칭스태프가 바뀔 때마다 요주의 인물이었다. 모두가 그가 지닌 잠재력을 탐냈다. 그 결과, 코치들이 바뀔 때마다 그에게 요구하는 것은 달라졌다. 타격폼이 이렇게 바뀌었다, 또 저렇게 바뀌었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온전히 그의 것은 없었다. 여기에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그를 짓눌렀다.

kt에선 달랐다. 주전으로 얻은 꾸준한 출장 기회는 그에게 안정감을 줬고, 이숭용 타격코치와의 궁합도 훌륭했다. 안정된 출장 기회는 그의 잠재력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냈고,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은 그에게서 유망주 타이틀을 지워줬다.


● kt 후배들에게 가장 좋은 선배, “많이 대화한다”

10년 넘게 유망주로 보낸 시간은 박경수에게 남다른 경험을 안겼다. 그는 kt에서 중고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kt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선배를 물으면, 박경수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온다. 장성호(38), 신명철(37) 등 ‘큰 형님’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은 나이차가 적은 박경수에게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다.

박경수가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면서 팀 분위기도 살아났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눈치를 보고, 안 좋은 분위기에서 뛰면 될 일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수하더라도 자신 있게, 또 적극적으로 하다가 실수가 나왔다면 그게 낫다고 본다. 그런 부분을 후배들과 많이 얘기한다. 후배들 각자의 성격도 알아가니 이젠 얘기하기가 좋다”고 밝혔다.

‘너그러운’ kt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다. 박경수는 “신생팀이다 보니, 실수도 많고 엉뚱한 플레이도 많이 나온다. 그런데 수원에선 홈팬들이 ‘괜찮다’고 하시는 게 덕아웃까지 들린다. 선수들 모두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미안해하고, 그래서 더 힘을 낸다”며 웃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정작 그의 목표는 소박하다. 박경수는 “내가 아홉 시즌을 풀타임을 해서 FA가 된 것도 아니고, 아직 풀타임을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며 “일단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제대로 뛰고 싶다. 그래야 야구에 대해 느끼고, 뭘 보완해야 할지, 무엇을 욕심낼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가 재밌다’는 그의 야구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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