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탈LG 효과’…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입력 2015-07-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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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2005년 고졸 최대어였던 박병호(오른쪽·넥센)에 이어 정의윤(왼쪽·SK)까지 떠나보내며 ‘탈LG 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의윤의 이적 후 활약상을 떠나 ‘탈LG 효과’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LG 구단에 필요하다. 정의윤은 공교롭게도 이적 후 첫 경기로 26일 목동 넥센전을 치렀고, 박병호와 조우했다. 스포츠동아DB

박병호·정의윤 등 고졸최대어 떠나 보내
육성시스템·선수순환문제 등 되짚어봐야

LG는 24일 SK와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절대 트레이드 불가’였던 정의윤(29)을 떠나보내자, 많은 이들은 ‘탈LG 효과를 기대한다’는 비아냥조의 목소리를 냈다.

‘탈LG 효과’는 LG에서 뛰던 선수들이 타 팀으로 이적만 하면 잠재력을 발휘한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실제 2005년 KIA로 이적한 이용규(현 한화)부터 2009년 KIA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가 된 김상현(현 kt), 2011년 넥센 이적 후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왕이 된 박병호, 2014년 KIA에서 3할타자가 된 이대형(현 kt), 올해 신생팀 kt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경수까지 LG 출신 선수들이 타 팀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을 펼쳤다.

물론 야구계에는 ‘팀과 선수는 궁합이 있다’는 말이 있다. 선수는 어떤 감독을 만나고, 어떤 구장에서 뛰고, 어떤 팀 분위기에서 야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적 이후 마음가짐이 바뀌는 선수도 있다.

그러나 LG 구단만큼은 ‘탈LG 효과’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탈LG 효과’에 대해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LG를 떠난 선수들은 아마추어 시절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었다. 박병호(성남고), 정의윤(부산고)은 2005년 ‘고졸 최대어’였다. 구단에서 유망주를 뽑아놓고도 1군 선수로 키워내지 못한 이유가 뭔지, 육성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선수 순환 문제도 되짚어봐야 한다. 베테랑 선수들을 고집했다고 하지만, 선수는 선수가 보면 안다. 실력이 뒷받침되는 신인이 나타났다면,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진행됐을 것이다. 스카우트 과정부터 팀에 필요한 포지션은 어디인지, 이 선수를 어떤 방향으로 키울 것인지, 언제 군대를 보내고, 이 선수가 군대에 있는 동안 그 자리를 메울 선수는 누구인지 선수단 운영에 장기 플랜이 있었는지 의심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자를 ‘색출’해 잘잘못을 따지고, 관련된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단속 시키기에 급급했다는 것이 구단 내부에서 흘러나온 아쉬운 목소리다.

자기반성 없는 내일은 오늘과 다르지 않다. LG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흘려보낸 10년을 반성하고, 이를 뛰어넘을 10년, 나아가 20년을 철저히 준비해야 팀에 미래가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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