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개봉

입력 2015-07-3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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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7월 30일

할리우드 기대작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이 현재 흥행 중인 한국영화 ‘암살’과 정면충돌한다. 시리즈물에 대한 팬들의 열광은 여전해 보인다.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외화와 한국영화는 오랜 세월 대적해왔다. 아마도 영화라는 매체가 살아 숨쉬는 한 이 같은 대치는 영원할 터이다.

한때 한국영화를 ‘배척’한 관객이 수없이 많은 시절도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속 관능의 여인을 보며 침을 삼켰고, 스크린 속 그 화려하고도 거대한 도시들에 짓눌린 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기도 했다. 힘겹고 어두우며 질곡과도 같은 신산한 삶을 위로한 진한 욕망과 환상의 꿀이었다.

1994년 오늘 개봉한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우린 그때 마릴린 몬로의 치맛속이 궁금했다”는 카피를 내걸었다. 그 “치맛속이 궁금”하지 않았던 사내들은 또 있었을까. 영화는 “헐리웃 영화의 은밀한 구석구석을 염탐”하기 위해 “나팔바지 차림으로 책가방 한귀퉁이엔 미국영화잡지 ‘스크린’을 뽐나게 꽂고는 씩씩하게 극장에 잠입한 아이들”, 바로 그 흔한 ‘헐리우드 키드’들의 이야기다.

(할리우드)영화에 온통 빠져든 소년기를 거치며 그 달콤한 꿀을 입에 머금은 채 환상과 현실 사이의 깊은 계곡 속으로 홀로 침잠해간 한 사내.(최민수). 사내가 건넨 ‘완벽한’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든 친구(독고영재)도 사내의 영혼을 빠져들게 한 할리우드의 환상과 욕망의 계곡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마릴린 몬로의 치맛속이 궁금했”던 수많은 ‘헐리우드 키드’들이라고 다를까.

연출자 정지영 감독은 할리우드 직배영화에 반대하는 영화계 시위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리우드가 힘겨운 시절을 겪어내던 ‘헐리우드 키드’들을 유혹한 그 달콤한 꿀이 결국 그 정서를 넘어 현실을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을 그린 셈이다.

실제로 당시 이 영화는 ‘고인돌가족’에 밀려 한 차례 개봉을 연기했다. 앞서 ‘백한번째 프로포즈’는 ‘쥬라기공원’에 밀려 조기종영했다. ‘스피드’ ‘라이언 킹’, ‘울프’, ‘트루 라이즈’ 등 외화가 극장 간판을 장악했다. 제작자인 당시 영화세상 안동규 대표는 부모의 집을 담보로 후반작업비를 마련해야 했지만 관객은 제대로 호응하지 않았다. 한국영화가 15.6%의 점유율(1987년∼1993년, 영화사 신씨네 집계)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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