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고참들 소집한 김경문감독…그 후 달라진 NC

입력 2015-08-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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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이호준 등 베테랑 집합 후 “중심 잡아달라” 당부
넥센과 2연전 승리 이후 고참들 식사초대 격려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흔히 마라톤과 비교된다. 42.195km를 뛰면서 늘 페이스가 일정할 순 없다. 컨디션이 좋아 질주하는 구간이 있는 반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는 ‘사점(死點)’ 구간도 있다.

페넌트레이스도 늘 평탄할 수 없다.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다. NC도 그랬다.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다가, 5월 20승1무5패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후반기가 시작된 7월 마지막 주를 5연패로 장식했다. 하루아침에 순위표가 바뀌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연패는 치명적이었다. 결국 순위가 4위까지 떨어졌고, 5위와의 격차도 좁혀졌다.

그러나 8월이 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다시 5연승을 달렸다. 마운드에서는 이재학, 이민호 젊은 투수들이 살아나 희망을 안겼고, 타선에서는 이종욱, 이호준, 손시헌 등 베테랑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들뿐 아니다. 연패로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NC 김경문 감독의 호통이 있었다. 김 감독은 팀이 5연패한 후 지석훈(31)을 기준으로 그 위의 고참들을 좁은 호텔방으로 불러 모았고, 무섭게 꾸짖었다. 김 감독은 웬만하면 선수들을 야단치지 않는다. 대개 코치들에게 일임하거나, 안일한 플레이나 어이없는 실책을 하는 선수가 있으면 경기 초반임에도 벤치에 앉히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꾸짖는 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 선수 개인을 따로 불러서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김 감독은 이호준을 비롯해 이종욱, 손시헌 등 고참들을 한꺼번에 좁은 방에 집합시켰다. 젊은 선수가 많은 팀에서 고참들만 부른 이유가 따로 있다. 김 감독의 원칙 중 하나가 ‘고참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팀의 중심이 선다’이기 때문이다. “단지 베테랑이어서 대우해주는 게 아니다. 고참들이 그만큼 열심히 훈련하고, 팀을 위해 희생해주기 때문”이라며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면 팀이 어려울 때 (슬럼프를)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한 적도 있다.

김 감독의 호통 후 다음날 NC는 승리했다. 주장 이종욱이 앞장서 결승타를 때려준 덕분이었다. 이종욱은 “마음을 달리 먹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베테랑이 다시 중심을 잡자 팀도 정상궤도를 찾았다. 김 감독은 넥센과의 2경기를 모두 이긴 뒤 호텔방에 불렀던 고참들을 데리고 따로 식사를 했다. 그렇게 고참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달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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