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내 스타만 최고” 비뚤어진 팬심, 악플러 추락

입력 2015-08-1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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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소녀시대 태연-카라(오른쪽). 동아닷컴DB

경쟁관계 가수 무작정 비난 ‘악플 테러’
교제·스캔들에 일부 팬들 안티로 돌변
아이돌 스타들, 악플 고통에 법적대응

최근 들어 소녀시대 태연, 카라 등 아이돌 스타들이 인터넷상 악성 댓글(악플)에 법적 대응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그만큼 악플로 엄청난 고통을 받았고, 또 더 이상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단순히 악플로 익명성이 주는 재미를 즐긴다거나, 맹목적으로 누군가에게 비난을 퍼붓는 악플러가 많은 탓이다.

하지만 아이돌 시장의 경쟁 심화와 그에 따른 비뚤어진 팬 문화도 악플러를 양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아이돌 가수를 상대로 이뤄지는 지속적 악플 테러가 경쟁 아이돌의 팬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우상처럼 ‘섬기는’ 멤버와 교제한 여성그룹의 멤버를 공격하거나, 경쟁관계의 가수를 무작정 비난하는 사례가 비뚤어진 팬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제2의 OOO’로 소개되는 신인의 경우에도 그 ‘원조’에 해당하는 가수의 팬들로부터도 ‘우리 OOO의 이름으로 뜨려 한다’는 공격을 받는다. 또 애초 팬이었다 멤버들의 사생활 등에 실망해 안티로 급변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8일 일부 누리꾼은 태연의 인스타그램에 “김태연이 뭐가 좋냐” “쓰레기” “김태연 너 하나 때문에 (엑소)백현이 한때 욕 엄청 먹었어. 백현이 욕 먹이니까 좋니. 기분 째지냐”라는 댓글을 잇따라 올리며 비난을 퍼부었다. 태연은 이에 자제를 당부하는 답글을 달았다. 그는 백현과 작년 6월 교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꾸준히 악플에 시달리는 A걸그룹 역시 다른 남성그룹과 얽힌, 멤버들의 과거 연애사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A그룹의 소속사 관계자는 “명확한 물증을 내세우긴 어렵지만, 악플의 절반은 B그룹 팬, 나머지 절반은 C그룹의 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언했다. A그룹에 대한 악플이 갑작스럽게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 멤버들의 교제가 알려진 시기와 일치한다는 이유 때문에 생긴 확신이다.

한 마디로 극단적인 집착의 양상이라고 할 만하다. 이는 1999년 베이비복스 간미연이 당한 고통을 떠올리게 한다. 간미연은 당시 HOT 문희준과 스캔들에 휩싸인 뒤 면도칼과 피 묻은 협박편지를 받기도 했고, 고춧가루 등이 섞인 물총을 맞아 병원을 찾아야 했다. 경찰 수사 결과 문희준 팬클럽 회원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일부 팬들의 엇나간 집착은 이제 인터넷 댓글을 통한 손쉬운 안티 행위로 나아가고 있다.

태연 외에도 최근 악성 누리꾼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인 가수는 카라와 레인보우 등 DSP미디어 소속 가수들이 있다. 그룹 2PM 준케이도 수년간 외모 비하, 성적 비하 등으로 자신을 모욕해온 악플러를 최근 고소했다. 이밖에 2PM 황찬성, 슈퍼주니어 이특, JYJ 김준수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악플의 고통을 호소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의 소속사 측은 악플러 중 일부는 가수의 사생활과 관련이 있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가수 팬들의 소행도 포함된다고 판단하고 있어 그 대응 결과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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