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우민은 지난해 7월 발목 부상을 당한 뒤로 개명을 결심했다. 최근 맹타를 휘두르는 그는 “다치지 않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목표는 지금처럼 시즌 끝날 때까지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올시즌은 끝까지 뛰는 게 목표
롯데에는 유독 개명을 한 선수들이 많다. 박종윤, 문규현, 손아섭 등 총 9명이 개명선수다. 이름을 바꾼 뒤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등 효과를 본 선수들이 많아 다른 팀에 비해 개명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 이우민(33·사진)도 올 시즌을 앞두고 이름을 바꿨다. ‘이승화’란 이름이 더 익숙했던 그는 지난해 개명 신청을 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비로소 새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 부상과 부진, ‘만년 유망주’ 이승화
이우민은 올해로 프로 15년차다. 200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지명돼 어느덧 고참 반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는 ‘주전’ 소리를 듣지 못한다. 많은 지도자들이 그를 키우려 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09년(102경기)을 제외하면, 100경기 이상 출장한 경험도 없다.
이우민은 많은 지도자들이 탐내는 선수였다. 빠른 발을 지닌 데다, 넓은 수비범위와 송구능력으로 주목 받았다. 1번타자감 외야수로 이종욱(NC)처럼 클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부족한 타격이 문제였다. 2007년 타율 0.301(269타수 81안타)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내나 싶었지만, 왼손 부상으로 2개월 넘게 자리를 비우면서 75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해가 이우민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이후 더딘 성장세와 부상으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 다치지 않으려 한 개명, ‘지금처럼 끝까지’
2013년 주전 외야수 김주찬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주전 자리를 따내나 싶었으나, 8월 불의의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또다시 발목을 다치자, 개명을 결심했다. 수술을 받고 8월 법원에 개명을 신청해 12월 허가를 받았다. 이우민은 “다치지 않으려고 이름을 바꿨다. 1년간, 시즌 내내 유니폼을 입고 뛰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실 더욱 속상한 것은 부상 이후였다. 이우민은 “다쳐서 속상한 것도 있지만, 내가 다치면 꼭 외야수 중에 다른 부상자가 나왔다. ‘나한테도 기회가 왔을 텐데’라는 생각에 더 속상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올해는 출발부터 험난했다. 2군에 머문 시간이 많았고, 어쩌다 1군에 올라와도 한정된 기회에 무언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조급함 탓에 제 스윙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7월 들어 김민하의 손목 골절, 김문호의 햄스트링 부상이 이어지면서 이우민에게 기회가 왔다. 이젠 선발출장하는 날이 더 많다. 안타도 한 개씩 나오면서 여유도 생겼다. 18일까지 8월 타율 0.375(48타수 18안타)에 2홈런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우민의 목표는 소박하다. 지금처럼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그는 “작년에 발목을 다친 뒤로는 견제 때 귀루는 무조건 슬라이딩을 한다. 비 오는 날은 항상 조심하는 버릇도 생겼다”며 “목표는 지금처럼 시즌 끝날 때까지 뛰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