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 스포츠동아DB
“타격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
두산 간판타자 김현수(27·사진)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일명 ‘예비 FA’다.
FA를 앞둔 선수들은 그 시즌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마련. 한해 농사가 앞으로 4년간의 진로와 몸값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현수는 18일 잠실 삼성전에 앞서 “올해 내가 ‘예비 FA’라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 하고 있다. 그냥 나는 야구장에서 내 야구를 할 뿐”이라고 웃어 보였다.
물론 김현수 역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18일까지 성적이 타율 0.322에 15홈런 80타점 69득점. 타점은 팀 내서 가장 많고, 홈런은 양의지에 이어 팀 내 2위다. 그러나 그에게는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다. 김현수는 “문득 가끔씩 ‘아, 맞다. 나 올해 끝나면 FA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막상 야구장에 나가면 FA 같은 단어는 잘 생각이 안 난다. 오히려 매 타석 들어가기 전에 이번엔 또 어떻게 칠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고 더 마음이 바쁘다”고 설명했다.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앞서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요즘 유독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처음 1군 무대를 밟고 적응해가던 시절을 많이 떠올린다. 그는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3년 안에 1군 한 타석을 밟아보는 게 목표였다. 청주구장에서 처음 수비 나가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던 생각도 나고,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 나가서 ‘어어어’ 하고 바라만 보다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던 생각도 난다”며 “지금은 꿈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매번 긴장은 하지만, 후배 선수들이 옆에서 보고 있으니 그때처럼 얼어있는 티를 낼 수 없는 것뿐”이라고 귀띔했다.
두산은 올해 우승을 노리고 있다. 김현수도 그 목표에 힘을 보태고 싶어 한다. FA 계약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좀더 좋은 타격을 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는 “내가 초구를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지난번에 포수 양의지와 얘기했더니 ‘포수 입장에서 초구 쳐주는 타자는 안타를 맞아도 오히려 고맙다. 고민을 안 하게 해주지 않나’라고 조언하더라”며 “그 이후로 주자가 있을 때는 웬만하면 신중하게 기다리려고 한다. 내 스타일과 안 맞더라도 부족한 부분은 조금씩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고삐를 조였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