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종원 “요리하는 백종원 아닌 연기하는 백종원입니다”

입력 2015-08-20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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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백종원을 만났다. 키 193cm의 우월한 기럭지에 훤칠한 외모, 한눈에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그가 늘어놓는 진심은 겉모습보다 훨씬 깊고, 흥미로웠다.

백종원은 동방신기 멤버 정윤호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SBS플러스 웹드라마 ‘당신을 주문합니다’에서 주인공 여국대(정윤호 분)의 절친한 형이자 레스토랑 ‘플아다’의 직원 한비룡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동명이인에 공교롭게도 작품 속 역할까지 셰프를 맡은 백종원과,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연관성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화제가 됐다.

“그분하고는 이름 말고도 비슷한 면이 많아요. 성격도 느릿느릿 느긋한 면도 비슷하고요. 예전에는 포털사이트에서 ‘백종원’을 검색하면 저만 나왔어요. 그분은 등록된 지 얼마 안됐죠. 아마도 ‘동명이인이 있네’하고 제 존재를 아실거에요. 기회가 된다면 ‘집밥 백선생’에 한번 출연해 보고 싶어요.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아요.”


● “정윤호, 앞으로도 팬으로 응원하고 싶은 친구”

드라마 속 한비룡은 바보같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이해심 많고 매력 넘치는 캐릭터였다. 여국대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책사 역할도 겸했다. 원작과는 확연히 달랐다. 백종원의 의견이 십분 발휘된 결과였다.

“그 역할을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었대요. 그래서 제가 되고 나서 감독님이 ‘니가 잘 해야 된다’고 신신당부하셨죠. 윤호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감독님도 잘 알고 계셔서 저랑 윤호가 잘 맞춰서 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많은 이야기를 하셨어요. 평소엔 어리바리하지만 위기의 순간 영웅이 되는 ‘슈퍼맨’처럼 비룡도 그런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또래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다 보니 촬영장은 화기애애했다. 통하는 것도 많았고 서로 연기에 배려했다. 배우들끼리 기 싸움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쌓아온 우정은 아니지만 작품이 끝난 지금도 서로 응원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군입대로 곁에 없는 정윤호의 빈자리가 그만큼 더 크게 느껴진다고.

“윤호 입대 전 송별 야유회도 가고 훈련소 가는 길에 보라고 영상도 만들어 보내줬어요. ‘동방신기’라는 스타다보니 처음에는 거리감이 있었는데 금방 사라졌어요. 이 친구가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한 데다 동료들을 잘 챙기더라고요. 무척 고마웠죠.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한 친구라 배울게 많아요.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도 존경하고요.”



●“30대에 들어선 배우의 길, 작은 역할도 너무 소중해”

백종원은 큰 키와 훤칠한 외모에서 알 수 있듯 모델로 먼저 시작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큰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배우의 길을 찾아 돌아왔다. 하지만 막연히 ‘연기를 해야지’ 생각하거나 모델로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손쉽게 배우가 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정말 간절했다.

“30대가 되고 나서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었어요. 연기를 안한다면 정말 후회할 거 같았어요. ‘연기를 해야 행복한 사람이구나’ 그때 깨달았죠.”

남들보다는 늦은 출발에 대한 초조함과 아쉬움도 있을 법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다고. 오히려 “20대에 연기를 시작했으면 열심히 안했을 것”이라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솔직히 어렸을 때는 스스로 간절하지 않았어요. 너무 소극적이다 보니까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좋은 기회가 와도 ‘다음이 있겠거니’ 미루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랬던 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잘못됐다는 걸 느끼고 그때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모델을 했던 경험이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하고 지금 더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 “오디션, 준비부터 이미 내 작품이라 생각”

수많은 실패와 녹록치 않았던 경험들이 연기에 대한 소중함과 사람을 대하는 진정성을 배우게 했다는 백종원은, 그만큼 오디션 하나에도 남다른 자세로 임하려 노력한다.

“얼마나 많은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오디션에는 준비를 완벽하게 하려고 해요. 보통 모델 출신들한테는 겉모습이 번지르르한 것만 기대를 하세요. 그래서 겉모습뿐만 아니라 기대하지 못했던 의외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합니다. 사기꾼이나 비열한 악역, 엉뚱한 매력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제공ㅣ위드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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