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 스포츠로 만난 가요] ‘미드필더형 멤버’에 주목하라

입력 2015-08-23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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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탑·소녀시대 티파니사진|동아닷컴DB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해외 축구 리그 중계가 활성화 되고,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을 지닌 축구팬들이 늘어나면서 미드필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하이라이트 영상은 득점 장면이나 슈퍼 세이브가 주를 이루지만 경기 전체를 볼 때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며 경기를 만들어나가는 미드필더들의 역할은 현대 축구의 핵심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얼마나 강력한 미드필더진을 갖추고 있느냐는 현대 축구에서 강팀의 기본 조건으로,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등 세계 축구를 주도하는 리그의 빅클럽들은 모두 탄탄한 미드필더진을 구축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개막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5-16 시즌만 보더라도 맨체스터 시티의 야야 투레를 비롯해, 레스터 시티의 리야드 마레즈,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디미트리 파예, 리버풀의 쿠티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드낭 야누자이 등 미드필더들의 활약은 곧 승리로 직결되고 있다.

반면 1무 1패의 성적으로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긴 첼시는 측면 수비수 이바노비치와 중앙 수비수 존 테리의 기량 하락이 부진의 주요원인으로 꼽히지만,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의 압박능력이 발휘되지 않은 점이 수비진 붕괴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만만치않게 일고 있다.

이처럼 팀 경기력의 근간이 되는 미드필더는 사실 상당히 고달픈 자리이다. 많은 견제를 받는 공격수를 대신해 가짜 공격수 역할은 물론, 수비수들이 안전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보호하는 압박 역할, 역습 상황에서의 빠른 패스와 드리블, 패스를 받거나 공간을 만들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 등 경기에 발생하는 거의 모든 상황에 관여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은 발재간은 물론 넓은 시야와 강한 체력, 스피드 등 다재다능함은 물론 냉정한 판단력과 팀에 대한 헌신까지 요구된다.

이런 미들라인의 중요성은 축구를 넘어 가요계 그룹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른바 '잘나간다'는 그룹을 살펴보면 대부분 다재다능한 허리진들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더걸스, 사진|동아닷컴DB 


가령 빅뱅의 경우 지드래곤이라는 공격수 아래 연기자로서도 활약 중인 탑, 다수의 예능에서 예능감을 선보인 대성, 전문 MC 못지않은 진행 실력을 지닌 승리 등 다재다능한 멤버들이 팀을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보컬과 댄스 모두를 커버하는 태양은 빅뱅의 실력적인 부분을 의심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든든한 수비수에 가깝다.

최근 정규 3집으로 컴백한 소녀시대 역시 윤아라는 확실한 비주얼 센터가 존재하며 그뒤로 써니, 티파니, 유리 등이 다재다능함으로 허리라인을 채우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멤버 개개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써니, 티파니, 유리 등도 윤아 못지 않은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공격루트는 소녀시대가 장수하는 주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컴백을 선언한 원더걸스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로, 축구로 치면 제로톱 전술에 가깝다. 기존의 센터라인을 맡던 소희와 메인 보컬을 맡던 선예가 팀을 나가면서 공격수를 잃었지만 이들은 예은과 유빈, 혜림, 선미 등 미드필더에 가까운 멤버들로 팀을 구성했고, 여기에 '밴드'라는 전술이 더해져 이전 못지 않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최근 인기가 높은 에이핑크는 손나은과 오하영이 공격(비주얼)을, 정은지가 수비(보컬)를 맡고 있다면 김남주와 윤보미, 박초롱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는 안정적인 그룹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AOA 역시 공격수 설현과 민아, 수비수 초아 외에도 지민과 혜정, 유나, 찬미 등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AOA의 경우 초아와 지민의 공격력도 만만치 않게 높아 마치 존 테리와 프랭크 램파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실 말이 좋아 미드필더이지 아이돌 그룹의 경우 그 특성상 특정 공격수에만 의존을 하거나 멤버 전원이 수비에 참여하는 '버스 수비'도 자주 등장해 의외로 괜찮은 허리라인을 갖춘 그룹을 찾아보기가 더 힘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허리라인이 주목받는다는 건 그만큼 팀의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시나 호날두처럼 하드 캐리형 선수들은 누구나 바란다. 하지만 누구나 메시나 호날두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강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조직력으로, 밸런스를 잡아줄 미드필더형 멤버들에 주목하고 적극 활용해야하는 이유이다.

AOA 지민·에이핑크 윤보미, 사진|동아닷컴DB, 스포츠코리아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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