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스포츠 도박은 유명인만? 일상으로 침투한 악의 유혹

입력 2015-08-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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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가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스포츠토토와 손잡고 ‘불법 스포츠 도박 추방을 위한 연중 캠페인-SAC!(Stop & Clean)’을 펼치던 모습. 스포츠동아DB

■ 12 불법 도박 사이트 침투 어디까지?

23일 쇼핑몰 사이트로 위장한 운영자 검거
일상생활서 스마트폰 통해 급속도로 확산
5000원부터 베팅 가능…청소년 위험 노출


2013년 일부 연예인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연예계는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불법 스포츠 도박은 TV에 나오는 유명인에게만 해당되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운영자들이 연예인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해당 사이트가 안전하다는 식으로 거짓 홍보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의 타깃은 결국 일반인들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카지노처럼 거창하지 않다.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삶을 좀먹고 있다. 실제로 23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마치 쇼핑몰 사이트인 것처럼 위장시켜 운영해온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위탁·운영한 조직의 총괄 운영자 박모(45) 씨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및 도박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조직원 황모(46) 씨 등 6명과 도박행위자 오모(31) 씨 등 4명, 타 도박 사이트 운영자 정모(27) 씨 등 5명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수사 결과 이 사이트는 처음 접속하면 온라인 쇼핑몰처럼 보이지만, 로그인하면 도박 사이트로 페이지를 바꾸는 수법을 쓰며 수사기관의 눈을 피했다. 이처럼 잘못 접속한 쇼핑몰로도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들 수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5년 1월 게재한 ‘불법 온라인 도박의 이용실태와 효율적 근절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은 전국 인터넷망이 구축된 한국에서 성행하고 있으며, 시간·공간적 제약이 없고 온라인 게임과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고 설명한다. 또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경우 합법 사이트와 다르게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익명성이 강해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스마트폰을 통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조사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57곳 중 82.5%인 47곳이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합법적 스포츠토토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체육진흥투표권을 청소년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베팅 금액에도 한도가 있다. 이에 반해 불법 스포츠 도박의 진입 장벽은 높지 않다. 청소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반영해 5000원에서 1만원까지 적은 돈으로 베팅할 수 있게 하고, 배당률도 높다. 당연히 연령제한은 없다. 또 청소년들 사이에서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호기심을 부추기고 있다. ‘좋아하는 스포츠에 베팅하기 때문에 건전하다’는 잘못된 인식도 청소년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참가를 조장하고 있다.

도박은 쾌락을 느끼게 하는 뇌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으로 인해 중독된다. 예상외의 큰 보상이 주어졌을 때 도파민이 활발하게 분비되는데, 처음에는 적은 돈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을 시작했다고 해도 더 큰 자극을 원하는 뇌로 인해 점점 더 큰 돈을 걸게 된다. 특히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자제력이 약해 더 쉽게 불법 스포츠 도박의 늪에 빠져들고,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뿐 아니라 베팅자도 처벌 대상이 된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7년 이하의 징역과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유통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베팅한 이들도 계좌추적을 통해 발각되면 초범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상습범일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무엇보다 도박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심지어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빠져들게 하는 위험한 늪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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