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선언 유한준 “우승, 아직 늦지 않았다”

입력 2015-09-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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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유한준은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다가 후반기 뚝 떨어진 타격감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했다. 그러나 9월 ‘초심’을 가슴에 아로새기며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포츠동아DB

후반기 체력부담에 득점권 타율 뚝
9월 첫 경기서 21호 홈런 ‘5번 본색’

#1.
8월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롯데전. 넥센 유한준은 3-4로 뒤진 7회 1사 2루서 롯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시속 149km 직구를 받아쳤지만, 3루수 황재균의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에 잡히면서 병살을 기록했다. 아쉬움을 참지 못하고 부러진 방망이의 손잡이 부분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2. 유한준은 8월 29일 광주 KIA전 8회 8-7로 달아단 1사 1·2루서 경기의 향방을 결정짓는 1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6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그는 “요즘 스스로 (성적에) 만족스럽지 못하다. 9월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집중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3. 유한준은 1일 목동 LG전에서 4-1로 달아난 5회 1사 1·3루서 바뀐 투수 신승현을 상대로 좌월3점홈런을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20홈런을 뛰어넘는 시즌 21호이자, 11일만의 아치였다.

유한준은 시즌 초반부터 매서운 타격감을 보이며 타율 0.350을 한참 웃도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줄 부상을 당했던 4∼5월 팀 타선을 이끌며 4할에 가까운 타율과 13홈런을 몰아쳤다. 지난해까지 찬스를 만들어주는 조연 역할에 충실했다면, 올해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 최고를 찍었던 4월 장타율은 0.831에 달했고, 4번타자 박병호의 뒤에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 진출한 강정호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영양가가 뚝 떨어졌다. 7월 0.400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8월 들어 0.299로 하락했다. 특히 8월 25경기에서 장타율이 0.393으로 떨어지고 홈런도 2개에 그쳤다. 7월까지 꾸준히 5할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했지만, 8월 들어선 2루타도 4개에 머물렀다. 32안타 중 26개가 단타였다. 클러치 능력이 떨어졌고, 승부처에서 아웃카운트가 크게 늘었다.

박병호∼김민성이 활약하면서 유한준은 3번으로 이동했다. 부진은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지만, 혼자서 속앓이를 해야 했다. 팀이 승부처에서 아쉽게 패하는 경기가 늘면서 중심타자로서 책임감도 커져만 갔다.

심재학 타격코치는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다. 체력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초반 상승세가 정말 좋았다. 후반부로 오면서 체력이 조금 떨어진 모습이다”고 진단했다.

초심을 되뇌었던 유한준은 9월 첫 경기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고종욱과 서건창이 각각 1번과 3번에서 좋은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면서 5번으로 돌아온 유한준의 클러치 능력이 남은 승부를 좌우할 수도 있다. 유한준도 시즌을 앞두고 다짐했던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다. ‘우승,’ 아직 늦지 않았다.

목동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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