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7330] 석모도에 울려 퍼진 함성…“스포츠버스 덕에 섬마을 운동회”

입력 2015-09-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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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섬마을 운동회 날!” 인천 강화군 삼산초등학교에서 국민생활체육회가 후원하는 ‘작은 운동회’가 열렸다. 아이들, 학부모, 지역주민이 어우러져 판 뒤집기, 공 던져 선물 맞히기, 신발 멀리 던지기, 공 전달 릴레이 등을 통해 운동회의 즐거움과 추억을 나누었다. 석모도(강화군)|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스포츠버스가 달린다

3. 인천 강화군 삼산초등학교



스포츠동아와 국민생활체육회가 공동으로 ‘스포츠버스가 달린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스포츠버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가 농어촌·도서지역 어린이들에게 생활체육의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 운영하는 버스다. 스포츠동아는 총 6회에 걸쳐 스포츠버스와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주민이 어우러져 즐기는 운동회, 레크리에이션, 건강 부대이벤트 등 ‘움직이는 체육관, 스포츠버스’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전해드린다.


전교생 27명·교직원 11명 삼산초등학교
인근 해명초교 참가로 ‘연합운동회’ 개최
바구니 공 넣기·계주·율동공연 등 진행
“첫 연합운동회 큰 의미…쭉 같이 했으면”


이번에(10일) ‘움직이는 체육관’ 스포츠버스가 방문할 곳은 인천 강화군 삼산면의 삼산초등학교. “섬에 있는 학교”라고 하기에 “강화도가 무슨 섬이야?”라며 코웃음을 쳤는데, 진짜 섬에 있었다. 강화군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채 10분도 안 걸리는 ‘섬이면서 섬 같지 않은 섬’ 석모도에 삼산초등학교가 있었다.

부처가 누워있는 와불전이 있는, ‘해수관음의 성지’로 불리는 보문사. 기름진 갯벌이 있어 아이들 갯벌체험의 명소인 민머루 해수욕장을 품은 섬. 이 맘쯤이면 꽉 찬 속에 바알간 국물을 내주는 꽃게탕과 속 좁은 밴댕이회무침이 혀와 목구멍에 처덕처덕 들러붙는 섬, 석모도.

삼산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무척 아름다웠다. 선착장에 차를 내려 섬의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 5km쯤 달리다보면 어느새 삼산초등학교에 도착하게 된다. 교문 안으로 들어서니 운동회 분위기가 물씬물씬하다. 허공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천막이 잔뜩 쳐져 있다. 인근 주민 다 모인 듯 북적거린다. 교문 앞에는 솜사탕을 말고, 풍선에 바람을 넣고, 장난감 나팔을 뿌뿌 거리며 아이들의 눈길을 끄는 상인들이 진을 쳤다. 큼직하게 ‘경로석’이라 적힌 천막 아래에는 1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손주들 재롱잔치라도 구경하는 듯 흐뭇한 ‘할머니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전교생 27명의 학교 “연합운동회라 더 좋아요”

삼산초등학교는 ‘오지학교’라고 하기엔 미안할 정도로 건물이 깨끗하고 시설도 잘 되어 있다. 요즘은 도시학교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오지학교들도 많다. 그렇긴 해도 삼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7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다. 교장을 포함해 교사가 8명, 그 밖의 교직원을 합쳐 총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삼산초등학교는 매년 가을이 오면 운동회를 열어 왔지만 학생 수가 적다보니 늘 고만고만했다. 올해는 스포츠버스 덕에 제대로 된 운동회를 열게 됐다. 인근 해명초등학교가 함께 했다. 해명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7명이다. 이 덕분에 이날 운동회는 64명의 학생이 참가하는, 근년에 볼 수 없었던 ‘매머드급’ 운동회가 됐다. 삼산초등학교 신진원(61)교장은 “두 학교의 연합운동회는 처음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강화군은 인삼, 순무, 쑥, 포도가 유명하다. 여기에 쌀이 빠질 수 없다. 석모도의 고시히카리쌀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쌀이다. 뻘을 메운 간척지라 미생물과 영양이 풍부하고 일조량과 일교차 등 쌀 생산을 위한 최적의 여건을 갖춘 덕이다. 삼산초 학부형들은 대부분 벼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가뭄이 심해 예년에 비해 농사가 덜 됐다. 신 교장은 “부모님들 기분이 많이 가라앉아 있는데, 오늘 하루만큼은 농사일을 잊고 아이들 뛰는 거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할아버지 할머니도…” 3대가 함께 한 운동회

교장선생님의 ‘굵고 짧은’ 개회사와 함께 운동회가 시작됐다. 팀장 선발댄스에 이어 판 뒤집기, 공 던져 선물 맞히기, 신발 멀리 던지기, 공 전달 릴레이 등이 줄줄이 펼쳐졌다. 운동회 진행자들은 몸을 많이 쓰는 종목 대신 유아부, 초등부부터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종목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삼산초등학교 이재현(6학년)군은 “진행하시는 아저씨들이 너무 재미있으시다”며 “내년에 졸업이라 올해가 마지막 초등학교 운동회인데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삼산초등학교와 연합 운동회를 연 해명초등학교의 학부모 이동규(37)씨는 “만날 따로 운동회를 하다가 모여서 하니까 아이들도 많고 분위기도 좋다. 애들도 몇 명 안 되는데 앞으로도 쭉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삼산초등학교 스포츠버스 운동회 유치에는 이 학교 체육부장을 맡고 있는 최광욱(42) 교사의 힘이 컸다. 최 교사는 “지난해 우연히 다른 학교에 갔다가 스포츠버스 운동회를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신청을 했는데 선정이 돼 기쁘다”고 했다.

점심시간 후에도 운동회는 계속됐다. 유아들의 율동공연에 이어 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인 바구니 공 넣기, 계주가 진행됐다.

아이들의 웃음과 함성소리를 뒤로 하며 교문 밖으로 나섰다. 차를 타고 조금 나오니 아침에 만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가을햇살을 한 움큼 쥐어다가 바다 위에 뿌려놓은 듯 반짝인다. 눈도 마음도 부시다. 석모도의 아름답고, ‘밥이 맛있는’ 삼산초등학교. 오늘도 스포츠버스는 자알 달렸다.

석모도(강화군) ㅣ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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