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 기자의 여기는 에비앙] 지역발전·질적 성장…에비앙챔피언십이 주는 교훈

입력 2015-09-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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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에비앙 골프장 전경.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에비앙챔피언십은 22년이라는 역사를 거치면서 전 세계 골프팬들의 주목을 받는 빅 이벤트가 됐다. 무엇이 에비앙챔피언십을 세계적인 대회로 만들었을까.

프랑스 에비앙 르뱅 지역은 대회 기간 동안 축제 분위기다. 골프장은 물론 인근 호텔과 음식점, 심지어 길거리까지 핑크색(에비앙 생수를 상징하는 색)으로 물든다. 이런 분위기는 선수들에게도 전달돼 핑크색 옷이나 신발, 모자를 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에비앙챔피언십은 프랑스의 식음료 기업인 다농 그룹에서 개최한다. 기업이 홍보를 목적으로 골프대회를 여는 건 우리와 같다. 그러나 에비앙챔피언십에는 한 가지 목적이 더 있다. 바로 지역발전을 위한 기여와 노력이다.

자크 분게르트 에비앙챔피언십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는 다양하고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조금씩 그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지역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고 골퍼들도 찾아오고 있다. 또 기업의 인지도는 물론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주일 동안 열리는 골프대회 하나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레만호 주변에 위치한 에비앙 르뱅은 인구 1만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다. 그러나 작년 이 대회를 보기 위해 3만7200명이 찾았다. 수치로 파악된 경제효과는 없다. 그러나 대회 기간 음식점은 손님으로 북적이고 호텔도 빈방이 없을 정도다. 한국에서 온 매니지먼트사 직원은 인근에 호텔을 구하지 못해 20분 정도 떨어진 지역에 숙소를 마련해야만 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분게르트 부위원장은 “얼마 전에는 한국인 15∼20명 정도가 전용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 제네바를 통해 우리 골프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 골프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최근 일화를 소개했다.

퍼블릭으로 운영되는 에비앙골프장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라운드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250유로(약 33만원)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예약할 수 있어 골프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성공 뒤엔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 대회를 위해 일주일 동안 동원되는 스태프는 2000명이 넘는다. 경기 진행요원도 200명이나 된다.

대행사를 쓰지 않고 대회를 직접 운영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매년 같은 코스에서 대회가 열리다보니 해마다 조금씩 변화를 준다. 3년 전 대대적으로 코스를 바꿨고, 올해는 12번과 14번홀 티잉 그라운드를 뒤로 옮겼다. 그런 노하우가 쌓여 대회의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양희영은 “다른 메이저대회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이곳에 오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위한 배려 또한 세심하다. 에비앙챔피언십에는 최근 들어 많은 한국선수들이 출전하고 있으며, 신지애(2010년), 박인비(2012년), 김효주(2014년)가 우승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에비앙챔피언십은 한국선수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식당에 김치를 준비해 뒀고, 선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통역요원도 배치했다.

국내에선 여자골프의 인기가 높다. 대회 수도 늘어 30개에 육박한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 비해 질적 향상은 아직 세계 수준과 격차가 크다. 특히 플레이의 질을 높이는 코스 상태와 경기 진행은 갈 길이 멀다. 또 갤러리를 위한 시설도 많이 부족하다.

에비앙챔피언십은 2013년부터 5번째 메이저대회로 승격됐다. 논란도 있었지만 3년 만에 훌륭한 메이저대회로 자리 잡았다. 그런 평가를 들을 만 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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