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코글란 슬라이딩,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15-09-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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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 강정호 부상을 둘러싼 ML의 반응

‘공격적 주자 슬라이딩’ 논의 필요성 강조
팬들 ‘살인 슬라이딩 상습범’ 코글란 비난
‘포지법’에 버금가는 방지법 나올지 관심


내셔널리그의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던 강정호(28·피츠버그)가 불의의 부상을 당해 시즌을 마감했다. 강정호는 18일(한국시간) PNC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5번 유격수로 선발출전했지만, 1회초 수비 도중 왼쪽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무사만루서 병살 플레이를 막기 위해 오른 발을 높이 든 컵스 1루주자 크리스 코클란이 2루가 아닌 강정호의 무릎을 겨냥해 슬라이딩을 했기 때문이다. 병살을 완성시킨 뒤 강정호는 고통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왼쪽 무릎 내측 측부 인대 및 반월판 파열, 정강이뼈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오른 강정호는 재활기간만 6∼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내년 시즌 개막전 로스터 합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

강정호가 쓰러지자 미국에선 주자들의 공격적 슬라이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권위 있는 스포츠전문매체 중 하나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이하 SI)는 19일 “메이저리그가 주자들이 자행하는 위협적인 슬라이딩을 금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살을 막기 위해 상대 수비수를 향해 징이 박힌 스파이크를 쳐들며 슬라이딩하는 것이 ‘당연한 플레이’로 용인되던 관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베이스 근처에서 거친 슬라이딩이 나오면 ‘코글란 슬라이딩’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라고 비난한 SI는 “상대를 심각한 부상에 빠트릴 수 있는 베이스 근처의 공격적인 슬라이딩에 대해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부상이 줄줄이 이어져 각 구단이 감내해야 할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최고의 선수는 병원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팬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 SI의 논조다.


●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법


메이저리그에선 각 베이스와 홈플레이트에서 주자와 야수, 포수가 충돌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린 시절부터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의 중요성이 주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부터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법’이 실행됨에 따라 홈플레이트 앞에서 주자와 포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은 현저하게 줄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것은 2011년 5월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포수 버스터 포지가 플로리다 말린스 스콧 커즌스와 홈플레이트에서 충돌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포지는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양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결국 2년여 동안 홈플레이트 충돌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진 끝에 흔히 ‘버스터 포지법’이라고 불리는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 규정이 빛을 보게 됐다. 18일 사건을 계기로 ‘강정호법’이 새롭게 만들어질지 많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코글란은 누구?


컵스 외야수 크리스 코글란(30)은 2009년에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던 일본인 내야수 이와무라 아키노리의 다리를 다치게 한 바 있다.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 루키였던 그는 병살을 막기 위해 슬라이딩하다 2루수 이와무라의 왼쪽 다리를 강타했다.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은 이와무라는 부상을 털고 그 해 8월 복귀했지만, 예전의 기량을 되찾지 못했다. 2010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트레이드된 이와무라는 그 해 11월 메이저리그에 입성한지 4시즌 만에 일본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타율 0.321, 9홈런, 47타점으로 루키 시즌을 마친 코글란은 2009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으로 선정됐다.

이와무라를 다치게 한지 6년 만에 코글란은 파이어리츠에서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의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던 강정호를 향해 살인적 태클을 또 시도했다. 강정호가 수비에서도 3루수와 유격수를 번갈아 보며 조디 머서와 조시 해리슨의 부상 공백을 너끈히 메웠던 터라, 코글란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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