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역대 한가위 축복을 받은 팀들

입력 2015-09-25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8년 두산은 추석 연휴 때 KIA와의 3연전을 스윕하며 롯데와 순위를 맞바꿔 2위로 올라섰다. 연휴 뒤 롯데와의 맞대결마저 싹쓸이하면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두산 선수단이 한국시리즈 진출 후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1999년 한화, 10연승 후 우승…최고의 ‘한가위 축복’


연휴 시작하자마자 돌풍…창단 첫 우승 수확
1986년 OB, 괴물투수 故 최동원 잡고 PS행
2008년 두산, 불꽃경쟁 속 2위 탈환 PO직행


추석이 왔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차례를 지내고 송편을 나눠먹는 명절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선수들에게는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이다. 야구장에 나가 치열한 승부를 겨뤄야 한다. 올해 추석은 특히 그 열기가 여느 해보다 더 뜨겁다. 피 말리는 순위경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과연 올해 한가위 보름달의 축복은 어느 팀으로 향할까. 그리고 그동안 추석 연휴에 기분 좋은 수확을 한 팀은 어디였을까.


● 1986년 OB, 최동원 꺾고 PS 티켓 손에 넣다!

그동안 추석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았던 팀은 단연 두산의 전신 OB였다. 1986년 추석 하루 전인 9월 17일, OB의 포스트시즌 티켓과 롯데 최동원(작고)의 사상 첫 3년 연속 20승이라는 대기록이 정면충돌했다. 그해 OB는 서울 라이벌 MBC와 치열하게 후기 우승을 다투고 있었는데, 이날 패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될 위기였다. 게다가 롯데 선발은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20승에 도전하던 에이스 최동원이었다. 최동원은 이날도 8회까지 단 1점만 내주며 괴물 같은 투구를 했다. 그러나 9회말 OB 김형석이 극적인 3-3 동점 홈런을 때려냈고, 결국 경기는 OB의 승리로 끝났다. OB는 그렇게 후기 1위로 가을잔치에 나섰다.


● 1995·1998년, OB와 해태의 희비

1995년 OB와 해태는 추석 연휴였던 9월 8∼10일 광주구장에서 더블헤더를 포함한 4연전을 치렀다. OB에게는 정규시즌 1위, 해태에게는 포스트시즌 티켓이 걸린 최고의 빅매치. OB는 얄궂게도 이 4경기를 모두 이겼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선두에 올라있던 ‘잠실 라이벌’ LG까지 추격했다. OB는 결국 0.5경기차로 극적인 페넌트레이스 역전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내친 김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냈다.

1998년에도 역사는 되풀이됐다. 두 팀이 추석 연휴 2연전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해태는 OB와 1무1패만 하면 4강이 확정되는 상황. 반면 OB는 2경기를 다 잡아야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다. 당연히 큰 부담이 없는 해태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하늘은 OB의 편이었다. 첫 날은 해태 마무리 임창용이 블론세이브를 했고, 다음 날에는 해태 에이스 이대진이 시즌 최악의 피칭을 했다. 가장 믿었던 투수 둘이 무너진 해태는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기 어려웠다. OB는 그 2경기 덕분에 5할이 안 되는 승률(0.496)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해태는 5위로 밀려났다.


● 2008년 두산의 2위 탈환

2008년 추석 연휴에는 두산과 롯데가 2위 자리를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펼쳤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2위 롯데와 3위 두산은 단 1경기차. 롯데가 연휴 직전까지 펼쳐진 18경기에서 11연승을 포함해 17승1패라는 기적적 성적을 올리며 2위로 올라선 상황이었다.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12∼14일 롯데는 삼성과 대구 3연전, 두산은 KIA와 잠실 3연전이 각각 예정됐다.

롯데는 삼성을 맞아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두산은 4강권에서 멀어진 KIA를 3일 내내 두들겨 스윕을 달성했다. KIA가 서재응와 윤석민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2위를 탈환하기 위한 두산의 맹공격을 버텨내지는 못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두산은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선 2위로 올라섰고, 여세를 몰아 19∼21일 롯데와의 사직 3연전 맞대결도 싹쓸이했다.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은 그렇게 두산의 손에 들어왔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에도 야구장에선 피 말리는 순위경쟁이 펼쳐진다. 그리고 역대로 추석연휴에 기분 좋은 수확을 한 팀들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1999년 한화는 추석부터 10연승을 내달리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했다.



● 1999년 한화, 추석부터 시작된 10연승의 기적

그러나 역대 가장 큰 기적을 완성한 팀은 한화였다. 양대리그 체제였던 1999년, 매직리그 2위 한화는 시즌 1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드림리그 3위 현대에 4.5경기차로 뒤져 있었다. 당시 규정에 따라 한쪽 리그 3위의 승률이 다른 리그 2위의 승률과 같거나 더 높을 경우, 두 팀은 3전2선승제 준플레이오프를 열어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가려야 했다. 그러나 한화는 추석 연휴가 시작하자마자 무서운 기세를 뽐냈다. 맞수였던 현대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연휴가 끝난 뒤까지 파죽의 10연승을 내달렸다. 더 이상 준플레이오프는 치를 필요가 없어졌다. 한화는 결국 그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