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들의 드라마나 영화 출연료는 연예계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값인 출연료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게 마련이다. 평균적인 출연료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를 받는 톱스타급 연기자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또 그렇지 못한 연기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역시 우려되기도 한다. 제작진으로서도 전체 제작비 가운데 차지하는 연기자 출연료 비중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쨌든 또 다른 면에서 연기자들은 일정한 책임감을 부여받는다. 작품을 책임져야 하는 연기자로서뿐 아니라 자신의 연기가 대중에게 미칠 정서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1992년 오늘, 한국방송연기자협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연기자 윤리강령’을 채택했다. 이날 경기도 의정부 한마음수련장에서 이순재, 최불암, 김혜자, 이낙훈(1998년 작고), 서인석 등 150여명의 연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단합대회를 연 한국방송연기자협회는 ▲방송연기자로서 도덕성과 품위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성실히 방송에 임하고 ▲변화하는 방송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문직업인으로서 자질을 향상하며 ▲서로 단합, 위상과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의 ‘방송연기자 윤리강령’을 채택, 발표했다.
이와 함께 ‘방송연기자의 시대적 사명과 역할’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진행했다. 연기자 김인태는 방송사의 획일적인 출연료 인상 등 조치는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용림은 방송사들의 신인 연기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기 교육 시스템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방송연기자협회를 이끈 사람은 노주현(사진). 그해 6월 한진희에 이어 14대 회장에 취임한 그는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연기자들의 주장과 논의 속에서도 일부 스타급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늘 문제가 되어 왔다. 당시 방송사들은 일정한 기준의 출연료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별도의 출연료를 요구하며 몸값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까지도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