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종운 감독.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팀 승리를 얼마나 갈구했는지 의문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명제가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현대야구다. 선수가 아닌, ‘감독의 야구’를 앞세우는 김성근 한화 감독의 실패 등 트렌드는 분명히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가 실패한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다. 지난해 CCTV 사찰 등 내홍을 겪고 수뇌부가 교체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롯데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종운 감독의 첫 해 성적은 8위다. 벌써부터 ‘감독을 바꾸라’는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 ‘분위기는 최고’라는 롯데 선수단의 그림자
롯데의 부진에는 이종운 감독을 포함한 벤치의 실책도 큰 몫을 차지한다. 임기응변식의 마운드 운용 등 준비가 부족했다. 그러나 9월초 5위로 치고나갔다가 추락한 과정을 보면, 선수단의 의지에 고개가 갸웃한다. 마지막 12경기서 2승10패, 선수들은 벤치가 손 쓸 틈도 없이 실수를 연발하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사실 시즌 중반 8위로 추락했을 때, 상대팀 선수들이 롯데를 보며 “분위기는 여전히 좋네”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심지어 1-13으로 완패하며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지난달 30일 사직 KIA전에서도 일부 선수들이 벤치에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모습이 TV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대패하며 가을야구가 무산된 경기에선 벤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기 마련인데, 겉으로 드러난 롯데의 모습은 평상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동안 개인이 아닌 팀의 승리를 얼마나 갈구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 책임 없는 자유, 선수 눈치 보는 코치와 리더의 부재
롯데 팬들이나 구단 내부에는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다. 그는 감독 첫 해인 2008년 팀을 8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당시 롯데 선수단에는 ‘자율야구’가 뿌리내렸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만, 그가 떠난 뒤 롯데에는 책임이라는 굴레 대신 달콤한 자유만이 남았다.
지난해 내홍 이후 신임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투수와 타격 파트를 제외하면, 지도자로서 성과를 내거나 경력이 있는 코치들도 부족했다. 존재 이유인 ‘코칭’이 제대로 됐는지도 의문이다. 일부 선수들 입에선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좋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렇다고 선수단의 기강을 잡을 만한 리더도 없었다. 경기 중 SNS 사용 등 기강해이 문제가 불거졌고, 오히려 ‘메리트 시스템’을 바꿔달라는 선수단의 요구가 외부로 노출돼 눈총을 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팀 추락과 시기가 겹치며 ‘가욋돈’부터 챙긴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