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내부서도 “J트러스트는 안된다”

입력 2015-10-2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히어로즈는 새롭게 네이밍 스폰서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일본 금융기업인 J트러스트 그룹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구단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커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일본 대부업체가 뭐냐?” 거센 비난 여론 직면한 ‘히어로즈 네이밍 스폰서 협상’

연 100억 이상 후원·성적 인센티브 등
가장 매력적인 계약 조건 내걸었지만
강제추심 말썽 일으킨 일본 대부업체
히어로즈, 비난 여론에 대안찾기 고심


히어로즈는 J트러스트 그룹과 손을 잡을 것인가.

히어로즈는 24일 내부회의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된 일본계 금융기업 J트러스트와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부정적 여론이 빗발치면서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25일 “J트러스트와 구체적 합의를 한 것이 아니다. 몇몇 다른 기업과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넥센타이어와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종료됐다. 히어로즈는 총 6시즌 동안 넥센의 이름을 달았다. 최근 2년간 매년 40억∼50억원을 지원 받으며 성장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넥센타이어도 천문학적 광고 효과를 얻으며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선수단 연봉총액이 높아진 데다, 내년에는 고척스카이돔 입성으로 운영비가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이에 히어로즈는 더 나은 조건의 새 네이밍 스폰서를 지속적으로 물색해왔다.

J트러스트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후원을 제시했다. 성적에 따른 차등적인 인센티브는 물론이고 FA(프리에이전트) 계약금 제공 등 달콤한 보너스도 돋보였다. 건설,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후원을 문의했지만 J트러스트가 가장 매력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또 구단 운영에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히어로즈 수뇌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J트러스트는 프로배구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경쟁사 OK저축은행(A&P파이낸셜)의 행보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파문을 일으킬 만한’ 약점이 뚜렷했다. J트러스트는 일본 기업이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다. 회사내규에 따르면, ‘일본을 대표하는 신뢰와 신용 있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J트러스트의 알파벳 ‘J’는 일본(Japan)을 의미한다. 더욱이 일본 내에서 강제추심 등 말썽 많았던 대부업체 중 하나다. 일본 안에서 규제가 잇따르자 금융법상 족쇄가 없는 한국으로 진출해 영업기반을 키워왔다. 국내 저축은행이 연쇄 파산하면서 2012년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제2금융권에 진입했다. 이어 대부업을 정리하고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서왔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검은 돈’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히어로즈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구단 내부적으로도 ‘이렇게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