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 도중 타구에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맞고 미세골절을 입은 두산 포수 양의지가 놀라운 투혼으로 두산의 ‘미러클 본능’을 일깨웠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변함없이 안방을 지킨다. 스포츠동아DB
유희관 “양의지 덕에 선수들 뭉치는 계기”
“(양)의지가 아프다고 말도 안 해요. 어느 누가 힘들다고 하겠어요?”(두산 김현수)
두산이 2015년 가을,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시작해 PO를 거쳐 한국시리즈(KS)까지 파죽지세로 내달렸다. 두산의 가을은 ‘투혼’으로 점철돼 있다. 특히 발가락 골절을 안고 뛰고 있는 포수 양의지가 두산의 ‘미러클 본능’을 일깨웠다.
포스트시즌 1경기의 피로도는 보통 정규시즌 3연전과 맞먹는다고 한다. 그만큼 선수들이 한 경기, 한 경기 전력을 다한다. 두산은 준PO부터 PO까지 총 9경기를 치렀다. NC와의 PO에선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KS 진출에 성공했다.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김현수도 25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KS 미디어데이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한편 “(양)의지도 뛰고 있는데 그 누가 힘들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양의지는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PO 2차전 도중 NC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맞아 오른 엄지발가락이 미세하게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경기 내내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하는 포수에게는 치명적 부상이다. 결국 21일 PO 3차전에는 결장했다. 그러나 팀이 1승2패로 수세에 몰리자 다시 포수장비를 찼다. 그가 안방에 앉자 두산은 거짓말처럼 2연승을 달렸다. 두산 강인권 배터리코치는 “(양)의지가 진통제를 먹고, 골절 부위가 신발에 닿지 않도록 엄지에 패드를 두껍게 대고 뛰고 있다”며 “경기에 출전하고자하는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믿고 내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양의지의 투혼은 같은 팀 동료들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김현수는 “(양)의지가 우리한테도 힘들다거나 아프다고 말을 안 한다”며 “골절상을 당한 선수가 저렇게 뛰는데 어느 누가 힘들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희관도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하는 (양)의지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후배지만 본받고 싶다”며 “(양)의지 덕분에 선수들 뭉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양의지에게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김 감독은 “KS 엔트리에 포수를 추가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긋고는 “(양)의지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일단 선수가 괜찮다고 하니까 믿고 내보내지만, 매 경기 끝나고 확인해야할 것 같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