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김호영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입력 2015-10-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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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만남을 갖는다. 긴 만남과 짧은 만남이 있는가 하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부딪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에서 배우 김호영과의 만남은 좀 다르다. 특별하다고 하겠다. 약간의 낯섦과 동시에 느껴지는 친화력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풍기는 그의 매력은 아무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김호영만의 특별함이다.


#김호영 #맨_오브_라만차 #산초

그런 그만의 특별함으로 ‘맨 오브 라만차’에 나섰다. 자신을 ‘돈키호테’라 칭하며 꿈과 이상을 쫓는 몽상가 알론조를 따라 여행을 함께 나선 ‘산초’ 역을 맡았다. 지금이야 이 작품이 좋아서 하는 거라지만 김호영과 ‘맨 오브 라만차’의 첫 만남이 유쾌하진 않았다. 불쾌했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그는 “처음에 봤을 때 굉장히 불편했다”라며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꿈에 대한 긍정적인 면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원래 다른 사람이 고통에 처해지는 그런 작품을 잘 못 봐요. 오죽하면 공유 씨 팬이지만 ‘도가니’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극중에 ‘알돈자’가 남자들에게 유린 당하잖아요. 그 장면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거부감이 들긴 했죠. 그런데 30대가 되고 다시 이 작품을 봤을 때 주는 메시지나 그 불편한 장면에 대한 타당성이 납득이 되더라고요. 당시 ‘알돈자’를 맡았던 김선영 누나도 ‘호영아, 나도 나이를 먹으니 이해가 가더라’고 하더라고요.”

김호영은 최근 관객들의 평가에 놀라고 있다. 최근 ‘마마 돈 크라이’에서부터 ‘맨 오브 라만차’까지 그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 “김호영이 이런 연기도 할 줄 알아?”, “생각보다 연기 잘 하네?”라는 말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대극장에서 선보인 ‘라카지’, ‘프리실라’ 등 여장을 하고 나온 영향이 컸을 것이다. 거기에 비해 다른 작품들은 의상이나 메이크업보다는 그의 목소리나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된 게 사실이다. 그는 “정말 깜짝 놀랐다”라며 “나의 장점은 연기인데…”라며 내심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마마 돈 크라이’를 통해서 관객들은 의상이나 메이크업에 얼마나 강한 인상을 받게 되는지 느꼈어요. 저는 늘 여장을 해도 캐릭터는 다르기 때문에 연기를 다르게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관객들은 연기보다 이미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여장을 지우고 연기를 하면 ‘어머, 김호영 생각보다 연기 잘하네?’라는 반응이 오더라고요. 제가 사실 계속 여장만 한 건 아닌데 아무래도 대극장에서 보인 극들이 다들 독특했고 ‘아이다’는 소년이지만 ‘산초’와는 또 다른 이미지니까요. 이번엔 ‘산초’에서 또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기회라 생각해요.”

‘맨 오브 라만차’를 하면서 김호영은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특히 작품의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임파서블 드림(Impossible Dream)’은 마치 돈키호테가 자신에게 불러주고 있는 노래인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요즘 배우 외에 하고 있는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중에 많이 지쳐있었어요. ‘머털도사’가 머리 털 뽑으면 사람이 나오잖아요? 좀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웃음) 마음은 충만하고 몸은 따라주지 않아 속상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격려 받고 있어요. ‘임파서블 드림’이 꿈 이룰 수 없어도 별을 잡겠다는 심정으로 꿈을 따라가겠노라는 노래잖아요. 들을 때마다 에너지를 받는 것 같고 이 작품은 제게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닭살이 돋고 전율이 느껴지죠.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어마어마해요.”



#김호영 #꿈 #호이컴퍼니

김호영을 보면 ‘맨 오브 라만차’ 속 ‘돈키호테’와 ‘산초’를 반반씩 섞어놓은 듯하다. “내 자체가 브랜드가 됐으면, 아이콘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모습을 보면 마치 잡히지 않을 것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돈키호테’ 같기도 하다가 조금씩 실천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차근차근 돌진하는 ‘산초’ 같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꿈꾸더라도 실현하기 두려운 것들을 그는 조금씩 하고 있었다. 그가 최근 꾸린 호이컴퍼니가 그렇다.

카페를 꾸리며 그 공간에서 시간을 내어 ‘힐링토크쇼’를 하기도 했고 도시락 사업도 하고 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양말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여태까지는 제 목소리, 몸으로 공연을 하고 토크쇼의 게스트로 나간다는 정도였지만 이젠 상품을 통해서 저를 알리고 있어요. 카페 사업이나 호이도시락이나, 양말, 노트 등 상품을 만들면서 저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어요. 어떤 이상적인 모습들은 육안으로 보여야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제 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진출하는 거에요. 그렇게 되기 위해 스케치를 잘 그려나가고 있답니다. (웃음)”

배우인 그가 연기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도 재능을 뽐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2005년이었다. 어머니가 “호영아, 너 트로트 앨범 한 번 내봐!”라고 제안하며 트로트 앨범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걱정이 됐다. 하고 싶었지만 배우로서 뭔가 확고히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앨범을 냈다간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배우로서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주춤했었다”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독려했다. 원로배우 박정자와 손숙은 “호영아, 너니까 해도 돼!”라고 열렬히 지지했다고.

“솔직히, 저는 선생님들께서 ‘배우가 그런 건 왜 하려고’하시며 뭐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넌 해도 돼!’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씀을 들은 후에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남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 안 하는 것을 제가 원한다면 해도 된다는 생각을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더라고요. 옷을 입는 것부터 제 재능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이요. 꼭 무대 위에서 배우가 아니라 MC도 할 수 있겠더라고요. 나라는 아이가 갖고 있는 다양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김호영 #어린_시절 #특별함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를 하면 대표로 나가 구령을 외치기도 했고 6학년 때는 친구들이 싸우면 ‘또래법정’을 열어 토론을 하기도 했다. 초, 중, 고 시절에는 방송반에서 활동을 했고 교내에서 합창대회를 하면 지휘도 했다. 김호영은 스스로 “오지랖이 넓은 거지”라며 웃으며 말했다. 그가 이렇게 특별하게 자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어머니 덕분이다. 어렸을 적부터 “너는 안 돼”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어머니는 나만의 독특함을 잘 아시는 분이었다”며 “늘 ‘너니까 하는 거야’라며 응원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의상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남녀 한복을 다 입어봐야 했고 장난감도 로보트와 인형을 다 좋아했어요. 어쩌면 다른 아들들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 있어서 부모님 입장에서는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어머니께서는 제 다른 점을 장점화 시켜주셨죠. 어머니는 가장 좋은 코디네이터예요. 옷을 입고 나가면 마지막엔 꼭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나가요. 패션에 대한 촉이 남다르시거든요. (웃음)”

마지막으로 그는 “아들이 사업을 운영하며 큰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신다”라며 “사업을 함에 있어서도 어머니가 정말 많은 지지를 해주신다. 제가 ‘호이스타일 매거진 쇼’도 진행하는데 간혹 적자가 날 때가 있다. 어머니한테 ‘이번 달은 망했다’고 하면 괜찮다고 말씀해주신다”고 하며 늘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호영은 타이핑을 하는 동안 컴퓨터가 미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꺼내놨다.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올 것 같은 그의 이야기 보따리에 그가 더 궁금해지는 것은 왜일까. 김호영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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