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맨날 싸우고 돌아서면 까먹고…엄마와 딸, 맞지요?

입력 2015-10-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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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로도 유명한 배우 성병숙(왼쪽)과 딸 서송희가 연극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통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섰다. 극 중에서도 엄마와 딸이다. 사진제공|마루컴퍼니

■ 배우 성병숙·서송희 모녀가 말하는 연극 ‘내가 가장 예뻤을때’

사별한 엄마와 딸의 아웅다웅 생활전투기
성병숙 “딸과 함께 선 무대 최고의 감동”
서송희 “싸우다가 깔깔…딱 우리이야기”


배우 성병숙(60)을 5년 만에 만났다. 5년 전에도 같은 작품이었고, 역시 인터뷰 자리였다. 성병숙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최근 막을 올린 연극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 엄마 역으로 출연 중이다. 5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딸이 함께 하고 있다. 딸 서송희(32)가 극 중 딸로 출연한다. 이 작품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남편과 사별하고 딸과 사는 동네 마당발 엄마, “제발 시집 좀 가라”는 엄마와 싸움이 마를 날 없는 성우지망생(공교롭게도 진짜 엄마 성병숙은 유명한 성우이기도 하다) 딸의 유쾌하면서도 짠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토요일 오후. 낮 공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공연장 객석에서 모녀를 만났다. 무대 위에는 소품 같지 않은 낙엽이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가을 냄새가 물씬 났다.


-5년 만에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다시 하게 됐다. 이번엔 딸과 함께 무대에 서고 있는데.

“(성병숙·이하 성) 2010년에는 딸이 20대였다. 스물일곱이었나 여덟이었나. 그런데도 애 같았다. 오승수 연출이 ‘따님이 딱 이 작품의 딸 나이 아닌가요? 같이 하시죠’ 하더라. 그래서 물어봤더니만 숨도 안 쉬고 ‘할래!’ 했다.”

-서송희 배우는 원래 다른 작품을 하기로 되어 있지 않았나.

“(서송희·이하 서) 연극 갈매기에 출연하게 되어 연습을 막 시작할 때 엄마에게 얘기를 들었다. 엄마가 ‘두 개 할 수 있어?’ 하길래 ‘해낼거야!’ 했다.”

“(성) 말은 그렇게 해놓고 막상 두 작품을 연습하면서 마음고생이 컸다. 울고불고 ‘나 못하면 어떻게 해. 괜히 욕심 부렸나 봐’하면서. 신경성 대장염인지 뭔지까지 걸렸다. 뭐 결국 지금은 두 작품 다 하고 있지만.”

-객석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많이 들리더라. 관객 반응은 어떤가.

“(성)아버지와 아들은 영화 사도를 보고, 엄마와 딸은 우리 작품 와서 보시라고 한다. 세상에 문제없는 모녀지간이 어디 있겠나. 녹록치 않은 이 세상을 살면서 힘들지 않은 청춘이 어디 있겠어. 그런데 여기 다 녹아 있지 않나. 이 작품에. 이거 오승수 작가(연출가이기도 하다), 자기 집 얘기예요.”

-성병숙 배우 개인사도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성) 살은 좀 붙였지 뭐. 근데 어쩌면 그렇게 집집마다 비슷한 집들이 많은지. ‘우리 집 얘기예요’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서) 내 친구들은 ‘우리 엄마 얘기다’하는데.”


-어쩐지 극 중 캐릭터하고 실제 모녀지간이 비슷할 것 같은데.

“(성) 딱이에요, 딱. 평소 대화도 똑같다.”

“(서) 만날 장난하고, 손가락으로 총 쏘고, 깔깔대고. 그러다 ‘왜에!’하고 소리 지르고. 금방 잊어버리고.”

-딸이 성우지망생으로 나온다.

“(성) 진짜로 얘가 성우지망을 한 적이 있다.”

“(서) 엄마랑 같이 CF를 녹음하러 갔다가 ‘까였다’. 목소리가 똑같다고. 도저히 둘이 구분이 안 가니 그냥 엄마만 녹음하자고 하더라.”

-엄마와 같은 작품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서) 난 엄마가 너무 좋다. 물론 반항기도 있었지만. 올해가 엄마 환갑이다. 물질적으로 드릴 게 없다. 내게는 이 작품이 엄마 환갑선물이다. 엄마는 늘 나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게 꿈이셨다.”

-선물을 받으신 기분이 어떠신가.

“(성) 나도 같은 경험이 있다. ‘친정엄마’란 연극을 할 때 엄마가 치매가 심하셨다. 엄마에게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했다. 그런데 이제 얘가 나한테 선물을 줬다. 지금 이 시간이 내게는 말도 못하는 감격의 시간들이다.”

-배우로서 엄마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면.

“(서) 끈기. 어려서부터 엄마의 연극은 다 봤다. 천천히 조금씩 쌓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막 빛나지는 않더라도 결국은 그 자리에 가 있는 배우. 엄마처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성) 엄마와 딸이 볼 수 있는 연극으로는 최고가 아닐까. 꽁냥꽁냥 모녀를 보러 오시라.”

“(서) 30년 후, 나도 내 딸과 이 작품을 하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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