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정현 “난 11번째, 12번째 투수니까”

입력 2015-10-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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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정현. 스포츠동아DB

“팀에 폐 끼치기 싫어” 1·2차전 호투
삼성 한국시리즈 히든카드로 급부상


“저는 11번째, 12번째 투수니까요. 팀에 폐 끼치기 싫어요.”

좌완 백정현(28·사진)이 삼성의 히든카드로 떠올랐다. 그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1차전 승리의 주역이다.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가 무너지고, 2번째 투수 박근홍마저 흔들리자 마운드에 올라 1.1이닝을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경기 MVP(최우수선수)는 차우찬에게 돌아갔지만, 승리투수는 백정현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승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 백정현의 호투를 잊지 않았다.

백정현은 27일 KS 2차전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0-6으로 뒤진 7회 1사 1·2루서 등판해 까다로운 타자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미 승기는 두산으로 기운 상태였지만, 원 포인트 릴리프의 임무를 완수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성으로선 백정현의 호투가 반갑다.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임창용, 안지만, 윤성환이 빠지면서 헐거워진 마운드에 희망을 안겼다. 전천후 투수의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차우찬과 동갑내기 친구인 백정현, 좌완 듀오가 역할을 해줘야 삼성에 싸울 힘이 생긴다.

백정현은 “솔직히 (KS)엔트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엔트리에 들긴 했지만 난 11번째, 12번째 투수 아닌가. 팀에 폐 끼치기는 싫다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정규시즌 성적은 31경기 28이닝 2홀드, 방어율 6.11로 저조했다. 주로 2군에 머물렀다. 그러나 KS 엔트리에 극적으로 합류했고, 큰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고 있다.

백정현은 “아직 2경기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 받기는 이른 것 같다”고 겸손해했지만 “포스트시즌이 보너스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편하다. 어느 위치든, 몇 개를 던지든, 몇 경기를 던지든 상관없다.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면 나가서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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