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핫이슈] 약점 없는 니퍼트…답이 없는 삼성

입력 2015-10-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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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니퍼트. 스포츠동아DB

니퍼트 PS 24.1연속이닝 무실점 ‘난공불락’
투구수 늘려 조기강판 등 삼성 공략법 고심


“이날만을 정말 손꼽아 기다렸어요.”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 말을 꺼낼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 것이다.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승리한 뒤 비로소 이 말을 기분 좋게 외칠 수 있었다.

두산의 기약 없었던 기다림이 포스트시즌에서 탁월한 선택으로 돌아오고 있다. 길었던 어깨 부상을 털고 돌아온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는 고비마다 두산을 구해내며 단기전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다. 넥센과의 준PO 1차전(7이닝 2실점)으로 튜닝을 마치더니, NC와의 PO(1차전 9이닝 무실점·4차전 7이닝 무실점)부터 난공불락 모드로 돌입했다. KS에서도 또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단일 포스트시즌 연속이닝(24.1이닝) 무실점 기록을 새로 섰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2차전 패배 직후 “니퍼트의 높은 공을 주의하라고 했는데 잘 안됐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공략법을 세우고 나왔음에도 압도당했기에 삼성의 ‘니퍼트 공포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KS의 판도도 니퍼트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알고도 못 치는 공을 던진다!

스포츠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의 니퍼트 투구 분석에 따르면, 준PO 1차전 직구 평균구속은 149.2㎞였다. PO 1차전은 148.1㎞, PO 4차전은 147.6㎞로 나타났다. KS 2차전에서도 147.2㎞로 위력을 떨쳤다. 니퍼트는 올해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직구 비율을 50% 이상(준PO 1차전 109구 중 61구·PO 1차전 114구 중 68구·PO 4차전 86구 중 47구·KS 2차전 92구 중 50구)으로 유지했다. 한마디로 강타선의 넥센, NC, 삼성조차 니퍼트의 직구를 상대로 힘에서 밀렸다는 얘기다. 여기에 니퍼트는 평균구속 130㎞를 웃도는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마냥 직구만 노리고 있을 수만도 없다.

니퍼트 대응법으로 투구수를 늘리는 방법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두산 불펜이 헐겁기에 니퍼트만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영리한 니퍼트는 투구수마저 조절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니퍼트는 상대한 97타수 중 무려 50타수를 3구 이내에 끝냈다. 볼카운트 3B-0S서 피안타는 한 차례도 없었고, 3B-1S와 3B-2S서도 무안타였다. 97타수 중 23개가 삼진일 정도로 결정구와 유인구가 모두 강력했다.


● 두산은 어떻게 니퍼트를 활용할까?


니퍼트가 효율적인 투구수로 긴 이닝을 막아주자, 두산의 가을야구에도 계산이 서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를) 6차전 선발로 생각하지만 5차전에 넣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두산이 1승3패로 몰리지만 않는다면 5차전 불펜등판 후 6차전 선발등판이라는 형태로 다목적 투입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대로 삼성은 니퍼트가 지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심리적으로도 성숙한 투수라 기동력으로 흔드는 전술 정도가 있겠지만, 출루가 잘 이뤄지지 않는 데다 결정타가 터지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니퍼트의 존재 하나만으로 KS의 ‘탑독’과 ‘언더독’의 위치가 뒤바뀌는 형세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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