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성유리가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통해 연기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연기에 힘을 빼면서 한층 여유를 갖게 됐다. 스포츠동아DB
막말 쏟아내는 10년차 연예인 역할
“이제 힘 빼고 일상적으로 연기 가능”
여배우가 실제 자신의 직업을 연기하는 기분은 어떨까.
성유리(34)는 “내 모습을 조금 엿봤고 그래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겪었고, 겪을 법한 상황을 연기한 덕분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면서, 상영 중인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감독 전윤수·제작 타임박스)를 돌이켰다.
성유리가 스크린에 나서기는 2012년 ‘차형사’ 이후 3년 만이다. “한때 영화 촬영장에 가면 주눅이 들었다”는 그는 “이제 서서히 여유를 찾아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연기와 영화를 향한 갈망이 누구보다 커 보였고, 한편으로는 그간 자신의 열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채 지내온 것 같다는 인상이 짙게 배어났다.
다행히 이번 영화를 통해 고정된 이미지를 일부분 부숴냈다. ‘연예계 경력 10년을 넘긴 여배우’라는 설정 아래 비록 영화에서였지만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막말을 쏟아내거나 과감한 호피무늬 쫄바지를 즐겨 입었다. 낯설지만 성유리의 매력적인 새 모습이다.
“아직 내 안의 것들을 모두 끄집어 내지 못한 입장에서 이번에는 낯선 내 모습을 발견했다고 할까. 내 일상은 사실 무난하고 무던하다. 사건, 사고 없다보니 센 캐릭터에 끌린다.”
그의 실제 생활과 달리 영화에서 성유리는 사건사고 유발자다. 변장하고 탄 지하철에서 자신을 욕하는 두 명의 여고생과 마주쳐 벌이는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비슷한 경험이 있어 더 몰입한 장면이기도 하다.
“중학교 이후엔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아서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면전에서 욕먹은 경험은 간혹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는 내 눈을 보면서 옆사람에게 험담을 하더라. 나를 마치 TV 안에 들어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럴 땐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지, 상처를 받는다. 자존감이 강할 때 욕을 듣는다면 ‘왜 저래’ 하고 넘기지만 자존감이 약한 시기에 들으면 며칠, 아니 몇 달 동안 후유증이 간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는 언제냐고 다시 물었다.
“연기 쉬고 있을 때. 사람들이 ‘쟤, 왜 작품 안 하고 놀러 다녀?’ 그럴 때. 내가 출연한 작품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아휴, 재미없어’ 그럴 때.”
이번 영화는 그런 면에서 성유리에게 자존감을 불어 넣었다. 비록 흥행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지만 촬영 과정에서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연기에 힘을 빼고,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알았다”고 만족해했다.
성유리는 최근 1년 사이 여러 일을 겪었다. 2년여 동안 진행해온 SBS ‘힐링캠프’ 진행을 7월에 마무리했고, 비슷한 시기 새로운 소속사로 이적했다. 그보다 앞서 프로골퍼이자 국가대표 상비군 안성현 코치와 연인 관계를 밝히고 데이트도 하고 있다. 물론 아직 결혼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나를 향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가령 운동을 아주 못할 것 같은 선입견처럼. 학창시절 체력장은 늘 1급이었고 액션스쿨에서 와이어 액션도 익혔다. 와이어를 매달 때 살이 찢어지는 기분도 느껴봤다.”
그런 성유리는 요즘 망치와 톱을 손에 쥐고 산다. 얼마 전 시작한 나무공예에 흠뻑 빠져 있다. “전기톱이 무섭지만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매끄러워지는 나무의 결에 집착하게 된다”며 “의외로 겁이 없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