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일본’을 위한 한·일 개막전

입력 2015-11-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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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대표팀 고쿠보 히로키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일본 야구대표팀 고쿠보 히로키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올림픽 정식종목 부활 위한 ‘프리미어12’
일본, 유독 한·일 개막전만 삿포로돔 고집
日 중심 일정과 동선…다른국가 배려 부족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출범한 대회다. 일본은 2020도쿄올림픽에 야구와 소프트볼을 다시 정식종목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해왔고,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야구 열기를 더 고조시키겠다는 뜻에서 세계야구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국가대항전을 신설했다.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일본에서 야구 없는 올림픽을 치를 수는 없다는 뜻이 확고하다.

한국도 올림픽에서 다시 야구를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국가다. 주도적으로 대회를 준비해온 일본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정예 멤버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을 파견해 대회의 격을 높였고, 한국인 최초의 빅리거인 박찬호가 대회 홍보대사이자 개막전 시구를 맡았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차출 금지를 선언하며 준비 과정부터 훼방을 놓은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엄연히 국가대항전인 이 대회가 지나치게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대회로 출발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대회 최고의 빅매치인 한일전을 개막전으로 편성하면서 굳이 이 경기 하나만 일본 삿포로에서 치르는 일정을 짰다. 한국 선수단은 3박4일을 삿포로에 머문 뒤 9일 대만으로 이동했다. 한국이 4강에 진출하면 18일 다시 일본 도쿄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다고 삿포로에서 한 번 더 짐을 풀어야 했던 수고를 보상받지도 못했다. 개막전 하루 전인 7일 삿포로돔에서 프로축구 일정이 잡혀있던 탓에 선수들은 니혼햄 실내연습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공식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반면 일본은 삿포로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니혼햄의 오타니 쇼헤이를 일찌감치 선발투수로 내정하고 준비시켰다. 이쯤 되면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애초에 일본이 오타니의 스타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삿포로를 개막전 장소로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게다가 오타니는 정작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리미어 12 주관 방송사인 일본 아사히TV와 방송 인터뷰를 마쳤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대표팀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대회의 개막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이 대회가 계속 성장하려면 일본이 우승을 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일본 잔치’로 흘러가는 프리미어 12의 정체성을 함축한 발언이다. “핑계는 댈 수 없다. 우리가 대회 스케줄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게 프로다운 모습인 것 같다”는 박병호(넥센)의 말이 그래서 더 의연하게 느껴졌다.

삿포로(일본)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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