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최민식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대호’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만식 김상호 그리고 박훈정 감독이 함께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대호’의 역사적 배경은 우리 민족의 암울했던 시기인 일제 강점기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인간의 업에 대한 소재라서 굉장히 끌렸다”며 “사냥꾼은 산 생명을 죽여야만 목숨을 부지하는 직업이다. 그 업을 정리하는 과정과 그렇게 평생 목숨을 끊으며 살아온 사람의 결말이 서글프면서도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최민식은 “이 작품을 하면서 언어의 폭력과 행위에 따른 업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에 매료됐다. 천만덕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일제의 착취와 억압도 느낄 수 있지만 이 이상으로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철학적인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관건은 CG로 구현한 대호. 존재하지 않는 것을 스크린에 그려내야 하는 만큼 연기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민식 또한 이에 대한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 ‘대호’는 다들 알겠지만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들었다. 관객들은 ‘범을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보자’는 마음으로 올 것”이라며 “170억원 정도가 제작비로 쓰인 우리 작품에서 ‘호랑이는 CG’라는 생각이 없어지려면 드라마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생을 살아가는 천만덕의 태도에 집중하려고 했다. 절체절명의 내 ‘사명’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모든 게 CG’라는 점에 막혔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대호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기술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 같았다”며 “나도 대호를 아직 못 봐서 궁금하다. 그러나 어떤 CG팀이 작업하든 그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술적으로 모자라더라도 결코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면 기술적인 결함마저도 끌어안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에는 첫 술을 뜨는 단계고 앞으로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런 발전을 바랄 수 없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CG 문제에 대해서는 박훈정 감독도 크게 공감했다. 그는 “표현하기 힘들었다.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최대한으로 만들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최민식은 호랑이뿐 아니라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동료 배우들이 사랑스럽더라. 징글징글하게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게 쑥스럽다. 그러나 호흡을 맞추거나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항상 작업하고 싶어 한 동료들인데 그것이 이뤄져서 이 공간 이 시간에 함께 일하고 있구나’ 하는 게 소중하더라. 새삼스럽게 그런 게 느껴졌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흥행하는 작품에 대한 안목이 뛰어나다”는 말에 “과찬이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 최민식. 그가 ‘명량’을 뛰어넘어 올 겨울 어떤 신드롬을 만들어낼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대호’는 일제 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신세계’(2012)에 이어 박훈정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서 조선 최고의 포수 ‘천만덕’을 맡아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계획이다.
‘천만덕’의 하나뿐인 늦둥이 아들 ‘석’ 역은 아역 배우계의 신예 성유빈이 맡았다. 대호에게 당한 깊은 원한과 성공에 대한 야망이 가득한 조선 포수대 리더 ‘구경’은 정만식이 소화했으며 만덕 부자에 대한 정을 간직한 포수 ‘칠구’는 김상호가 열연했다. 그리고 오스기 렌과 정석원이 각각 호랑이 가죽에 매혹된 일본 고관 ‘마에조노’와 조선인 출신 콤플렉스로 대호 사냥에 열을 올리는 일본군 장교 ‘류’를 맡았다. 이외에도 라미란 김홍파 우정국 이은우 박인수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한 ‘대호’는 12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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