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C스나이퍼, 환골탈태 위한 여정 ‘B-KITE II’

입력 2015-11-12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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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KITE, 스나이퍼사운드

MC스나이퍼가 새롭게 설립한 레이블 ‘B-KITE’의 키워드는 ‘부활’이 아니라 ‘환골탈태’이다.

흔히 실패를 맛보고 슬럼프에 빠져있던 사람이 다시 재기에 나설 때 ‘부활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MC스나이퍼는 확실하게 “환골탈태”라고 말했다.

얼핏 부활이나 환골탈태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부활은 죽은 후 다시 살아난 것을, 환골탈태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몸과 마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즉 그 본질은 그대로 가지고 새롭고 더 단단하게 거듭나는 것이 환골탈태로, ‘B-Kite 2’는 이런 MC스나이퍼의 환골탈태에 대한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앨범이다.

사실 환골탈태를 위한 MC스나이퍼의 의지는 자신의 전속 레이블 ‘B-Kite’를 설립할 때부터 이어진 것이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B-Kite는 솔개(Black Kite)에서 따온 이름으로, MC스나이퍼에 따르면 솔개는 환골탈태의 상징이다.

MC스나이퍼는 “솔개가 약 80년을 산다고 하는데, 40살이 될 때 부리와 발톱은 무뎌지고 깃털이 너덜너덜해져 그대로 있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그때 솔개는 일부러 바위에 부리를 쪼아서 새 부리가 나게 하고 그 부리로 발톱을 갈고, 깃털을 새롭게 한다. 그 과정이 너무 치열해서 죽기도 하는데, 이를 견뎌내면 새로운 부리와 발톱, 깃털로 40년을 더 사는 것이다. 그게 환골탈태다”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제 37살인 MC스나이퍼 역시 곧 40살을 앞두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솔개가 환골탈태를 하는 시기와 거의 맞아 떨어진다.

MC스나이퍼는 “중고등학교때는 그냥 음악이 좋아서 미친 듯 살았는데, 지금 환골탈태를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겠다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해보자’, ‘다음 40년을 살자’하는 마음을 다져보자 하는 거다”라고 현재 자신의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이어 “이제 부리를 뽑고 있는 중이다. 일단 그것이 인생의 완성이 되는데 꼭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음악으로 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분명 대단한 각오와 의지로 만든 레이블이고 앨범이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MC스나이퍼 역시 “지금은 감을 찾는 과정이다. 앞으로 (앨범) 두 장 더 말아먹으면 방향이 보일 거 같다. 시행착오를 겪어야지”라는 말로 슬럼프 탈출의 어려움을 슬쩍 드러냈다.

그러나 MC스나이퍼는 쉬운 길로 돌아가는 성격이 아니다.

실제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MC스나이퍼의 절친한 형이자 현재 힙합씬에서 가장 잘나가는 프로듀서 라이머가 프로듀싱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MC스나이퍼의 답은 ‘NO’였다.

MC스나이퍼는 “내 앨범이니까 내 돈으로, 내가 하고 싶었다”라고 간단명료하게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번 앨범도 ‘어떻게 만들어야 겠다’ 그런 거보다 원초적으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하자는 게 포인트였다”라고 어떤 기교나 의도보다는 자신의 본능이 이끄는대로의 메시지가 담긴 앨범을 만들고 싶었음을 알렸다.

그러다보니 앨범의 수록곡이 다루는 분야도 상당히 광범위하다. 환골탈태의 의지를 담은 ‘솔개처럼’을 비롯해, 노숙자의 이야기를 담은 ‘돌아가요’, 공허함과 욕심에 대해 노래한 ‘구원’, 동네 형에 관한 경험을 이야기한 ‘감자심포니’ 등 여러 방면에 걸친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음악 속에 담았다.

사진|B-KITE, 스나이퍼사운드


또 MC스나이퍼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은 여전하지만, 사운드적으로는 과거와 살짝 다른 스타일을 들려준다.

일례로 ‘구원’의 경우 소속사 측에서는 MC스나이퍼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모던락 풍의 곡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MC스나이퍼는 “사실 모던락이나 그런 것도 아니다. 마음가는대로 만들었고, 나도 무슨 장르인지 모르겠다. 그냥 주위에서 하는 말이 모던락에 가깝다고 해서 그렇게 설명한거다”라고 말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써내려간 음악들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화제를 모은 최민수의 뮤직비디오 출연도 그런 식이었다. 막연하게 노숙자 역할에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에 최민수의 거처를 수소문했고, 직접 그를 찾아가 뮤직비디오 출연을 결정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MC스나이퍼의 수식어중 ‘힙합계의 최민수’였다는 것으로, 진짜 최민수와의 만남은 몇몇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섭외하는 과정만 봐도 일반 사람들로는 상상하기 힘든 만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원래 최민수가 활동하는 밴드 36.5˚C에 지인이 있던 MC스나이퍼는 그를 통해 최민수 측에 연락을 하고 찾아갔지만 정작 최민수 본인에게는 뮤직비디오 출연에 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MC스나이퍼는 “소식을 들으니 카페를 하나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 선배이고 어른이니 좋은 워커에 좋은 티셔츠 입고 말끔하게 찾아갔는데, (최민수의)첫 이야기가 ‘너 결혼했니’였다. 그렇다고 하나 ‘넌 결혼한 눈빛이다’라고 하더라”라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조금 후엔 ‘너 몇 살이냐’라고 하더라. 그래서 37살이라고 하니까 ‘37년 만난 형이라고 생각해라’라고 했다”라며 “그리고 바로 장갑을 부면서 카페 페인트칠을 시켰다. 그래서 일하고 그냥 섭외를 포기하려했다. 그래도 열심히 일했고, 그냥 친분을 쌓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다 칠할 때쯤 담배를 한대 피우면서 ‘나 니 음악 좋아한다. 할 게’라고 하더라. 그렇게 출연이 성사됐다”라고 남자다움이 철철 넘치는 섭외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또 이미 콜라보레이션까지 하기로 약속했다는 MC스나이퍼는 “며칠 전에 36.5˚C 밴드 공연을 하는데 구경하러 오라해서 간 적이 있다. 거기서 ‘피처링 한 번 해라’라고 해서 ‘예’라고 했더니 ‘오늘해라’라고 하더라. 어느 노래에 어떤 랩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공연 중간에 갑자기 나를 무대위로 불러내 소개를 했다. 그러다 갑자기 여기서 (랩을)하라고 사인을 주는데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라고 웃지 못 할 일화를 털어놓았다.

에피소드야 어찌됐든 최민수의 섭외는 가히 신의 한수였다. ‘돌아가요’ 뮤직비디오에서 최민수는 노숙자에 완벽하게 빙의된 메소드 연기를 선보이며 곡의 분위기를 배가 시켰다.

이와 같은 앨범 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도 환골탈태를 위한 MC스나이퍼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실로 오랜만에 방송국 나들이에 나서기 때문이다.

MC스나이퍼는 “그냥 한바퀴만 쭉 돌려고 한다. (방송 출연이)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그냥 애들 보라고 하는 거다. 그러다 애늙은이는 내게로 와라 그런 거다”라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B-KITE는 혼자만의 레이블로 가려한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데 서서히 보여주려 한다. 차근차근 조용히 가다가 언제 이정도 와 있나 하는 정도가 좋은 거 같다. 비즈니스보다 음악에 집중할 시기인 것 같다”라고 향후 활동계획을 언급했다.

끝으로 그는 “‘내 라이프도 힘든데, 네 노래 들어가면서 고민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번 앨범을)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음악을 듣고 걷던 길을 10분이라도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고맙겠다. 난 음악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못 바꿔도 사람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밌게 살고 싶다. 한참 돌아왔다”라고 덧붙여 이후 40년을 이어갈 MC스나이퍼의 새 출발을 선언했다.

사진|B-KITE, 스나이퍼사운드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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